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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붕괴- 한국 의료시스템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책/학술

    '의료붕괴- 한국 의료시스템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건강보험료는 쌓아둔 채 일반 직장인에게는 ‘보험료 폭탄’을 안기는 대한민국. ‘메르스 사태’, 전 국민이 생소했던 ‘위밴드 수술’ 전문 병원에서 안타까운 삶을 마감했던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 비아그라와 마늘·태반주사, 리프팅 시술 등 불법이 난무했던 청와대, 숙박시설에서 의료를 병행한다는 기이한 영리병원 ‘메디텔’의 허용. 도대체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신간 '의료붕괴'는 의료민영화가 더 이상 ‘괴담’이 아니고 현실은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OECD 국가에서 공공의료 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70%가 넘는다. 심지어 민영의료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30%, 일본은 25%에 이른다. 그렇다면 한국은? 놀랍게도 의료시설로는 5%, 병상수 기준으로는 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공공의료시설에 대한 논의는 점점 뒷걸음치고 있고, ‘본격적인 의료민영화’의 우려가 이미 현실로 접어든 것이라고 이 책은 진단한다.

    “OECD 국가 모두에서 의료민영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병원의 영리병원 허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병원이 거의 모두 공립병원인 상태에서 몇 퍼센트 정도의 사립병원을 허용할 것인가가 큰 논쟁 지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의료민영화의 논쟁 지점은 사립병원 90%인 상태에서 이 사립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묶어둘 것인가 아니면 아예 영리병원으로 풀어놓을 것인가이다. 사회적 논의의 지형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정부 인사들이나 의료민영화 찬성론자들은 영리병원 허용은 안 한 나라가 없다느니 의료에 시장을 도입하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라느니 하는 이야기로 국민을 현혹한다.”(17쪽)

    지난 4월 21일 주요 언론은 “직장인 884만 명, 건강보험료 평균 13만원 더 낸다” 취지의 제목을 단 기사들을 보도했다. 직장인들의 전년도 수입(급여 인상 등)을 대비해서 사후 정산으로 평균 13만원을 더 거둬들이는 조치이다.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서민들의 불만은 작지 않다. 이 책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건강보험 재정이 20조를 돌파했다. 이는 한 해 동안 걷히는 건강보험료의 절반에 이르고 1년 국가 전체 예산의 5%에 해당한다. 이 돈은 어디에서 기인했나? 이전 박근혜 정부는 “건강검진과 예방을 잘해서 국민들, 특히 노인들이 건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과연 그랬을까?

    “아파도 치료받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 “돈이 없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박한다. 사실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로 의료서비스 이용이 줄어드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노인 빈곤율이 50%에 육박하는 이 나라에서 경제위기의 여파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줬다. 즉 나빠진 가계 형편으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남게 된 것이다…한국은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 때문에 병원 문턱이 높은 나라다. 의료비의 공적 보장이 55%밖에 안 되어 OECD 평균인 80%에 훨씬 못 미친다. 진료비 상한액도 없어서 얼마가 나오든 절반의 의료비를 본인이 내야 한다. 이것이 사람들이 병원에 가지 못한 주된 이유가 됐다. 즉, 건강보험 흑자는 높은 의료비 때문에 사람들이 아프고 죽어가며 남긴 피눈물이라고 할 수 있다.”(196쪽)

    이 책은 한국의 공공의료 붕괴에 대한 대안으로 ‘상병수당’과 ‘전 국민 주치의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제시한다. 먼저 상병수당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독일의 사례에서 찾아보면, 상병수당은 “건강보험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근로능력 상실이 되거나 병원, 예방 또는 재활시설에 입원해서 건강보험조합의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때 현금수당으로 보전하는 제도”(독일 사회법전 제5편 법정 건강보험 제44조)이다. 이를 두고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항상 재원 문제가 대두되곤 한다.

    “상병수당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제나 비용문제였다. 건강보험재정과 관련해서는 지난 10년간 거의 3배가량 팽창하였으나, 보장성도 답보 상태이고, 상병수당도 도입하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건강보험상한제도 도입하지 못했다…또한 이러한 비용의 상당 부분은 국가가 제대로 건강보험에 지불하지 않고 있는 국고지원금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국고지원 미납액은 무려 30조에 육박한다. 또한 비용을 계산해도 현재의 건강보험 20조 누적흑자에 비추어서는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 2011년 당시 경제활동인구 대비로 산출하여 평균 입원기간 1개월을 대비하여 추계한 내용이 3조 원이었던 바 있다. 이를 최근 기준으로 다시 정리하면 3.5~4조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건강보험 흑자 국면은 상병수당 도입의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지금 남아 있는 건강보험 흑자가 전적으로 가입자 부담강화 및 보장성 악화에 따른 결과인 만큼, 조속히 의료비 절감에 사용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397-398쪽)

    더불어 ‘전 국민 주치의제도’의 도입을 강조한다. ‘단골 의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 ‘주치의’의 필요성이다. 이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책은 강조한다.

    끝으로 책에서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의료는 공공재”라는 점이다.

    “만약 질병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소득이 보전되고(상병수당), 수많은 건강정보를 상담할 수 있는 동네 의사가 지정되어 있고(주치의제), 병원에 가서 직접 내는 병원비가 총 소득의 2% 정도를 넘지 않는다면(총진료비 상한제) 어떤가? 어떠한 질병치료에 대한 발전보다 국민들이 더 건강해지는 방법 아닐까?…무엇보다 ‘의료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의료제도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의료상품화가 되는 길을 막을 수 있다.”(431-432쪽)

    우석균 , 이보라, 이상윤, 이승홍, 전진한, 정형준, 최규진 지음 | 이데아 | 45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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