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이철우 사무총장(우측)이 지난 4월 15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홍준표 후보의 대통령 후보자 등록 서류를 대리 제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5.9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자유한국당이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홍준표 대선후보가 바른정당 탈당파 일괄 복당과 친박계 징계 해제를 밀어붙이면서 친박과 비박 간 해묵은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 당무우선권 발동…洪의 '특별지시'
이철우 사무총장은 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파 일괄복당과 친박계 징계 해제를 전격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괄 복당 대상자는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 등 13명과 탈당했던 친박계 정갑윤 의원, 기초단체 2명,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32명 등 모두 56명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났던 이정현 의원은 복당계를 내지 않아 복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와 함께 핵심 친박계인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의 당원권 정지 징계도 해제됐다. 이들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권석창, 김한표, 이완영 의원과 이완구 전 의원 등 7명도 징계가 무효화됐다.
이번 결정은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홍 후보의 '특별지시'로 이뤄졌다. 이 사무총장은 그 근거로 당헌 104조의 당무우선권을 들었다.
당헌 104조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
이 사무총장은 "당무우선권은 대통령의 긴급 명령권과 같다"며 "계엄령을 선포했는데 누가 뭐라고 하냐"고 당내 반발 가능성을 차단했다.
◇ "洪 결정 민주적이지 않아…일괄복당자 반감 심한 상태"보수 통합과 대선 승리를 위한 후보의 '결단'이라는 게 이 사무총장의 설명이지만 당 지도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 반쪽 결정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게다가 당무우선권의 '권한'에도 해석이 분분해 대선 이후 홍 후보의 결정을 뒤엎는 소위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당장 원내사령탑이자 당 대표 권한대항을 맡고 있는 정우택 대행이 홍 후보의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 권한대행은 비대위 소집 요구에도 이날 오후 서울 지역 유세를 핑계로 당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사무총장 역시 "정 권한대행에게 복당 결정을 통보했다"면서도 "후보가 특별 명령을 내렸는데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하면 그건 비대위 결정 사항"이라며 정 원내대표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된 사안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당 내부에서조차 홍 후보가 무리하게 복당과 징계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재선 의원은 "원래 대선 때는 후보가 하자는 대로 해 주는 게 맞지만 이번 건은 이야기가 다르다"며 "한국당을 친박당이라고 비난했던 이들을 받아주는 데 대한 반감이 당내에 아직 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홍 후보가 당을 장악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사전에 지도부와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당 운영이 민주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