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기념주화 <출처=한국은행>출처=한국은행>
올림픽 등 국가적 행사 등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되는 기념주화가 발행가에도 못미치는 낮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수집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발행량이 너무 많은데다 발행가도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행된 평창동계올림픽 기념주화는 9월26일부터 10월 7일까지로 발표했던 선착순 예약접수 기한을 1주일 더 연장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서였지만 실제 이유는 예약신청 물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예약 기간 연장에도 불구하고 최종 판매량은 발행한도의 60%에 그쳤다. 은화의 경우 최대 발행물량이 20만장이지만 실제 판매량은 12만8천500장에 불과했다.
터무니없이 비싼 발행가에다 수집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많은 발행량으로 수집가들이 외면한 것이다.
은화의 경우 은 15.5g으로 만든 액면가 5천 원짜리 판매 가격이 6만2천원이다. 은의 재료값 만3천원에다 제작비용 등을 감안해도 3분의 2이상이 판매수익이다. 금 31그램으로 만든 액면가 3만원짜리 금화의 판매가는 296만원. 재료로 사용된 금값 140만원과 제작비용을 빼면 절반 이상이 판매 수익이다.
기념주화 판매로 생긴 수익이 올림픽 개최 비용으로 사용되는 점을 고려해도 폭리수준이다.
발행 물량도 대표화종인 은화의 발행한도가 20만장이다. 국내 화폐수집인구가 3만명 안팎임을 감안하면 많은 물량이다. 수집가들이 구입해도 희소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아예 예약 신청 자체를 않는다. 예약판매 물량이 60%(12만8천개)에 그쳤지만 그마져도 적지 않은 물량이다.
더구나 비슷한 규모의 2차 물량도 나온다. 과도한 물량으로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점은 수집가들이 외면하는 주된 이유다.
수집가들은 평창동계올림픽 기념주화의 예약 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한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물론 기한 연장으로 발행물량이 늘어난 만큼 희소성이 떨어져 기간 내 예약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평창기념주화와 같이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대부분의 기념주화가 수집가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그동안 발행된 대부분의 기념주화는 온라인에서 수집가들 사이에 발행가나 그 이하에서 거래된다.
한국의 문화유산 시리즈 등 액면가 5만원의 기념은화는 발행가가 5만6천원이었지만 수집가들 사이에서 5만~5만3천원선에 거래된다.
발행한지 30년이 된 서울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기념은화는 발행가 밑으로 떨어졌다. 일례로 액면가 6만1천원인 86아시안게임 은동화 민트화 5종세트는 인터넷에서 동호인 사이에 8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발행 가격 9만1천200원에서 30년 사이에 1만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재료로 쓰인 은과 동 가격의 수준이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기념 금화도 금값에서 거래되고 있다. 말 그대로 쇠 값밖에 되지 않는다.
회현지하상가의 한 화폐상은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희소성, 인기, 주화상태인데 화폐수집인구는 적고 발행물량은 많다보니 기본적으로 기념주화의 인기가 없다"며 "액면가 5만원, 3만원, 2만원 짜리 기념주화들은 액면가에서 3~5천원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어 원래 판매가에도 못미친다"고 말한다.
기념주화 중 발행가 이상에서 거래되는 것은 1970년 우리나라 최초로 발행된 영광사 기념주화와 부산아시안게임, 인천아시안게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기념 주화 등 손에 꼽힐 정도다.
영광사는 최초의 기념주화라는 상징성에다 해외에서 발행됐고, 물량도 적어 수집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부산아시안게임과 인천아시안 게임 주화는 대회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관심으로 발행물량이 2만개를 밑돌았다. 이것이 오히려 희소성을 높여 발행가의 2~3배 가격으로 거래된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념은화는 발행한도 3만개에 11만2천700여명이 신청해 3.83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발행가 6만원이었던 이 주화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인터넷에서 10~12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념주화를 사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확산돼 소비자들의 외면을 자초했다. 이는 화폐수집가의 숫자 감소와 저변을 약화시켜 기념주화의 수급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기념주화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요확충을 통해 적절한 수급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한 화폐수집가는 "발행물량의 적절한 조절 등을 통해 소장가치를 높여줌으로써 기념주화 구입은 곧 손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