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민주노총 대선투쟁 선포 기자회견’ 에 참석한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10년 동안의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동안 노동계와 정부가 극한 대립 관계로 치달았던 가운데, 오는 9일 선출될 새 정부는 헝클어진 노정 관계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가장 극심한 '탄압'을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집권 첫 해인 2013년, 경찰은 당시 철도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벌이던 철도노조 지도부를 강제구인하겠다면서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본부 침탈을 강행했다.
2년 뒤인 2015년에는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등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한상균 위원장이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다.
비교적 정부를 상대로 우호적인 입장을 지켰던 한국노총 역시 지난해 정부의 양대지침 강행에 반발하며 노사정위원회를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당장 다음날인 9일 결정될 새 정부에게 온갖 노동계 이슈들이 발등에 떨어진 불로 쌓여있다.
당장 새 정부는 오는 7월 초까지 확정해야 하는 내년 최저임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구조로는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이 결정적 역할을 맡기 때문에 새 정부의 노동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최저시급 1만원을 요구해왔고, 주요 후보들 역시 대부분 임기 내 최저시급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만큼 올해 최저시급 인상폭에 노동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바람에 한국 최대 중공업 지역인 울산·경남의 지역경제마저 발목을 잡고 있는 조선업계 구조조정 및 대량 실업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경우 분사 과정에서 교섭 방식을 놓고 노사 간의 갈등이 깊어져 정부의 중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 외에도 노동계의 숙원 사업인 노동시간 단축 및 포괄임금제 폐지,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 비정규직 사용 제한, 여성노동자 보호 강화, 일·가정 양립 등 굵직한 이슈들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 앞에 놓인 여러 국정 과제들 중에서도 노정 관계 정상화를 통한 노동계의 협조를 구하는 일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노동계는 촛불대선으로 새로 들어설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우선 한국노총은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적극 검토하겠단 계획이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동안 논의하지 못한 노동현안 논의를 재개해야 할 것"이라며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별 의미가 없겠지만, 정권교체가 어떠한 형태로든 이루어진다면 노사정위원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특히 정부가 위법하게 내린 양대 지침과 성과연봉제 등을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며 "그 외에도 노동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관련 법 개정 등 할 일이 많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민주노총 역시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준비하되,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이 벌였던 반노동 정책 철회부터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노총 이창근 정책실장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가 앞장서서 노조활동을 파괴하고 억압하는 데 앞장서오면서 사실상 노정 관계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5년 내려진 양대 행정지침과 단협 시정 명령, 성과연봉제 강행 등 노사 자율교섭을 제약하는 제도부터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촛불민심을 받아 안아서 탄생한 정부라면 노정 관계를 진전시킬 개혁 조치를 실행하기 위해 노동계와 직접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노정 간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그동안 진행된 극단적인 노조 배재 정책을 정상화하는 조치부터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