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광주CBS 조시영 기자)
"신기해요", "괜시리 신중해지는데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합니다", "교육정책을 지금보다 자율적인 방향으로 바꿔줬으면 해요"
9일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오전부터 많은 청소년들이 몰려 들었다.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하기 위해서다.
물론 현행법상 참정권이 없는 청소년들의 선거는 모의투표 방식이다.
청소년들은 실제 선거와 같이 청소년임을 증명하는 청소년증, 학생증, 도서대출증을 지참하고 투표장에 들어섰다. 신원 확인을 시작으로 선거인 명부를 작성한 뒤 투표용지를 받는 어른들의 선거와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
참관인과 선거를 돕는 진행요원도 있다.
진행요원들은 청소년들에게 "투표용지를 촬영하면 안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만 18세 청소년이었다.
만 18세의 참정권 실현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사진=광주CBS 조시영 기자)
YMCA는 '청소년이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운동본부'와 함께 만 18세 참정권을 실현하고 청소년의 투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모의투표에 참여한 김다은(18) 양은 "투표를 해보니 신기하고 내년부터 성인이 되는데 참정권이 생기면 꼭 투표하겠다"면서 "앞으로 대학생이 되는데 대학교 나와서 일자리도 많고 생활하기 편한 제도 만들어주는 분이 대통령 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송하민(18) 양은 "아직까지 강제적인 교육정책을 보다 자율적인 정책으로 바꿔달라"면서 "청소년이 올바르게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분이 대통령이 됐음 한다"고 밝혔다.
투표를 마친 청소년들은 투표장 한켠에 마련된 게시판에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적기도 했다.
학생들은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꼭', '야간자율학습 완전폐지', '성소수자 인권보호 하기', '덴마크와 같은 복지정책으로 바꾸기', '일자리 문제 해결', '버스 시간 연장' 등의 바람을 남겼다.
학생들은 또 '18세 청소년에게 참정권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피켓에는 '군대도 18세, 혼인도 18세, 공무원도 18세, 투표권만 19세. 전세계 215개국 18세, 한국만 유일 19세. 이건 너무 불공평해, 청소년도 시민이다. 18세 선거권, 피선거권을 보장하라. 교육감도 청소년의 손으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진=광주CBS 조시영 기자)
이에 앞서 한국YMCA전국연맹에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청소년들은 지난 4일과 5일 온라인을 통해 사전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청소년들의 사전투표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선거인단에 등록한 일부 청소년들이 실제 어른들의 사전투표장을 찾아 투표를 행사하려는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했다.
사전투표에는 광주 2000명의 청소년을 포함 전국에서 4만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YMCA측은 이날 투표와 사전투표를 취합해 모의투표 결과를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모의투표 결과 실제 대선과 결과가 같으면 대통령에게 '청소년이 뽑은 대통령' 당선증을 수여하고 결과가 다를 경우 당선자만 발표한다.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이운기 부센터장은 "18세 청소년들의 참정권 이야기를 그동안 계속 다뤄왔음에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모의선거를 통해 직접 투표에 참여해 보고 지역사회에 청소년 참정권 문제를 재환기 시켜보는 취지에서 이번 이벤트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한편 모의투표는 이날 오후 6시까지 광주를 비롯 순천 YMCA 회관, 여수 거북선공원 야외무대 앞 등 전국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