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원초에 마련된 원신동 제5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는 '장미' 대선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는 줄곧 12월에 치러졌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이에 따른 전국민적 촛불시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5월에 치러지게 됐다. 사실상 국민이 만든 대선인 셈이다.
국민 대선은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 지난 4~5일 실시된 사전투표는 26.06%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율 11.5%와 지난해 20대 총선 12.19%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전체 투표율도 20년만에 가장 높은 77.2%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이번 대선에서 보수여당의 핵분열을 일으켰다. 과거 대선에서 야권 후보간의 분열은 있어 왔지만, 보수 여권 후보의 분열은 흔치 않았다. 지난 15대 대선 당시 경선결과에 불복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국민신당을 창당한 이인제 후보가 있긴 하지만 이번 대선처럼 조직적, 집단적 여권 분열은 유례가 없다.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 여부를 놓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에서 탄핵찬성파 의원 29명이 탈당, 바른정당을 만들어 유승민 의원을 대선후보로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친박 이미지 지우기에 나섰다. 이에 '원조 친박'인 조원진 의원이 탈당한 뒤 '박근혜 대통령 석방'을 공약으로 내건 '신생정당'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나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까지 합치면 구 여권에서 3명의 대선 후보가 나온 셈이다.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벌였다.
이처럼 여야 후보들이 모두 분열하면서 특정지역 몰표 현상도 약화됐다. 과거에는 여야의 단독 후보가 지역기반인 영남과 호남의 표를 싹쓸이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 모두 복수로 후보가 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상파 방송3사가 9일 오후 8시에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과거 여권의 '텃밭'이었던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4.3%와 51.6%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각각 21.4%와 20.0%를 기록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15.9%와 14.9%를 얻어냈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광주와 전남에서도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59.8%와 62.6%에 머문 반면 안철수 후보도 각각 30.8%와 29.0%를 얻었다.
이같은 양상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대구,경북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80% 득표율을 보이고 광주, 전남북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80~90%의 몰표를 얻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역 몰표 현상은 약화된 반면 세대별 투표 현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CBS-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20대 유권자 가운데 58%는 문재인, 심상정 후보 등 진보 후보를 지지했고 30대 유권자는 70%가 진보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60대 유권자의 67%, 70대 이상 유권자의 69% 정도가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보수 및 중도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전례없이 높아진 국민들의 국정 참여의지를 발전적으로 수용하면서 세대간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도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