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9일 실시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개표가 33% 실시된 11시 53분 현재 문재인 후보는 39.36%의 득표율을 기록해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차기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문재인 후보가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2008년 2월부터 햇수로 10년(실제로는 9년 2개월여)간 지속된 보수정권은 막을 내리고 진보정권이 닻을 올리게 됐다.
문재인 정권의 탄생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은 세번째 진보정권이자 보수·진보간 세번째 정권교체다. 지난 10년간 오른쪽으로 치우쳤던 권력의 추가 균형을 맞추거나 왼쪽으로 향하게 됨에 따라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정권교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들불처럼 번진 성난 촛불민심이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새로 들어서는 문재인 정권은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울려퍼졌던 '이게 나라냐'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적폐청산'이라는 단어에 축약된 촛불 민심의 요구에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 권력기관 권한 축소 및 개혁, 정경유착 근절,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 등 우리 사회의 다향한 개혁과제들이 포함된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대변인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촛불혁명과 국민들의 압도적인 투표행위를 통해 탄생한 새 정부는 촛불혁명의 정신에 가장 충실한 '촛불정부'가 되어서 민주주의 회복 및 발전, 인권옹호 및 보장,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민생문제 해결 및 노동이 존중받는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당선인에게는 국가통합의 과제도 놓여 있다.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보여졌던 극단적인 세대간·이념간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야권과 중도층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이제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문 당선인도 지난달 3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직후 실시한 후보 수락연설에서 "좌우를 나누고 보수-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이제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어 그동안 풀어헤쳐졌던 통합의 단추를 어떻게 꿰 나갈지 주목된다.
통합에 대한 키워드는 연정과 협치가 될 수 밖에 없다. 당내 경선과 공식선거운동 과정에서 무수히 얘기돼 왔던 단어들이지만 이제는 정치적 수사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에 옮겨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 당선인은 지난 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대통령이 되면 야당 당사를 방문하고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 야당에도 정보를 주도록하겠다고 밝히는 등 야당과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도 문 당선인에 대한 반대를 넘어 비호감이나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는 세력과 인사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어 어떤 정치력을 발휘해 이들을 끌어안을 지는 미지수다.
통합과 협치의 1차적인 시험대는 총리·장관 후보자 지명에서 얼마나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용하는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대표는 "적폐청산과 사회통합을 분리해서 대립적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극단의 형태로 노정된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에 대해 바로 잡아야 사회정의도 서고 사회정의도 서야 통합도 된다"면서 "적폐에 대한 정확하고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당선인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될 당시 국민들에게 세 가지를 약속했다.
우선 경제와 안보라는 무너진 두 기둥을 기필코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진짜 경제다, 진짜 안보다. 피부로 느끼고 눈에 보이게 성과를 보여드리겠다.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불공정과 부정부패, 불평등을 확실히 청산하겠다는 의지도 확실히 밝혔다. "누구를 배제하고 배척하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적폐는 모든 법적 절차에 따라 청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당선인의 당시 세번째 약속은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지역통합, 세대통합, 일자리 통합 대통령을 제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