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서 적으로'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LG-삼성의 올 시즌 3차전에서 선발 대결을 펼치는 LG 차우찬(왼쪽)과 삼성 윤성환.(자료사진=LG, 삼성)
우천 취소가 빅매치를 성사시켰다. 전·현 삼성 좌우 에이스들의 맞대결이다. 삼성의 황태자 윤성환(36)과 한때 사자 군단의 좌완 에이스였던 LG 차우찬(30)의 격돌이다.
둘은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즌 3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 한때 삼성을 쌍끌이로 견인했던 두 투수의 얄궂은 대결이다.
당초 두 팀의 3차전 선발 투수 대진은 이게 아니었다. 우천 취소로 운명의 '라팍 대회전'이 성사됐다. 9일 LG는 임찬규를 선발로 예고했으나 이날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10일로 밀린 3차전 선발을 차우찬으로 바꿨다.
LG로서는 4선발인 임찬규보다는 3선발인 차우찬을 내세우는 게 승산을 높일 수 있다. 올해 차우찬은 3승2패, 평균자책점(ERA) 2.52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임찬규도 2승1패 ERA 1.30을 기록 중이지만 라이온즈 파크 등판 경험이 전무하다.
차우찬은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어 대구가 친숙하다. 지난해 개장한 라이온즈 파크에서도 11경기 등판해 익숙하다. 성적은 4승3패 ERA 4.50이었다. 여기에 차우찬은 지난달 4일 삼성과 잠실 홈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바 있다. 6⅓이닝 동안 8탈삼진 6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친 좋은 기억이 있다.
반면 삼성은 윤성환을 그대로 10일에도 밀고 나간다. 불안한 선발진 중에서도 그래도 믿을 만한 카드다. 윤성환은 올해 1승3패 ERA 4.46을 기록 중이나 올해 6경기 중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가 4경기로 재크 페트릭과 함께 팀내 1위다.
▲'삼성 왕조' 이룬 동료에서 적으로
지난 2014년 7월16일 경기에서 당시 삼성 소속이던 차우찬이 선발 윤성환을 구원해 마운드로 오르는 모습. 당시 상대가 LG였다.(자료사진=삼성)
얄궂은 만남이다. 언젠가는 맞붙어야 하겠지만 비로 인해 일정이 조정된 대결이다. 특히 차우찬은 LG로 이적한 뒤 라팍 첫 등판을 2010년대 최강 삼성 왕조를 함께 이룬 동료 선배와 대회전으로 치르게 됐다.
차우찬은 2006년 고졸 신인으로 입단해 2년 전 먼저 삼성의 일원이 된 윤성환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둘은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선동렬 전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사자 군단의 양 축으로 성장했다.
윤성환은 2008년 풀타임 선발로 10승(11패), 2009년 14승(5패)을 거두며 삼성의 황태자로 각광을 받았다. 차우찬도 2009년 42경기 6승9패, 2010년 37경기 10승2패 2홀드로 주축 불펜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둘은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부터 삼성 왕조 구축에 앞장섰다. 통합 4연패, 정규리그 5연패를 이룬 5시즌 동안 윤성환은 65승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다. 차우찬도 선발과 불펜에서 종횡무진, 45승 27홀드를 거뒀다. 삼성이 몰락한 지난해도 차우찬은 12승, 윤성환은 11승으로 분투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뒤 둘의 운명이 갈렸다. 윤성환은 2014시즌 뒤 4년 80억 원에 삼성의 황태자로 남았지만 2년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차우찬은 4년 95억 원에 LG로 이적해 사자 군단을 떠나게 됐다.
두 팀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LG는 차우찬 영입 뒤 막강 선발진을 갖추며 3위(20승12패)로 잘 나간다. 삼성도 LG 출신 우규민을 영입했으나 투타 모두 부진하며 최하위(6승24패)에 처져 있다. 두 팀의 승차는 무려 6경기다.
차우찬은 지난달 4일 승리 뒤 "어차피 만날 것이라면 일찍 삼성을 상대하고 싶어 선발을 자청했다"고 밝혔다. 이적 뒤 옛 친정인 대구 첫 경기 선발 상대가 공교롭게도 선배였던 윤성환이다. 어차피 대결을 해야 한다면 첫 경기가 나을 수 있다. 삼성으로서도 지난달 4일 패배를 설욕해야 한다. 이래저래 관심이 가는 '라팍 빅매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