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적폐 청산을 요구하며 촛불로 가득찼던 공간이 9일 밤에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끝난 뒤 서울 광화문광장은 빗속에서도 문재인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는 천여 명의 시민들로 붐볐다.
◇ 포즈는 승리의 '브이'…야광봉 흔들며 '덩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시민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두 팔을 벌려 승리의 '브이'포즈를 취하는 시민과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색 우의와 리본 머리띠를 착용한 지지자, '문재인'이라고 쓰인 야광봉을 흔들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시민까지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문 당선인의 사진을 확대 인쇄한 피켓을 들고 다니는 시민도 있었다.
지난 1월부터 촛불집회에 나왔다는 김주환(31) 씨는 "촛불 때는 분위기가 무거운 편이었는데 오늘은 새 정부에 대한 희망으로 축제 기분이 난다"며 "응원했던 후보가 많이 득표해 신나서 환호했다"고 말했다. 지지후보의 승리를 직접 보기 위해 촛불을 들고 나온 오은숙(53) 씨는 "축제도 즐기면서 지난 촛불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어 잔디밭에 이렇게 촛불을 세워뒀다"며 두 손에 엄지를 추켜세웠다.
역사의 현장에서 돗자리를 펴고 음료를 마시는 가족들이나 잔디밭 위를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3살·5살짜리 자녀와 함께 나온 이지연(36) 씨는 "겨울동안 수차례 참여했던 촛불집회가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 홀가분하다.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 문재인 방문에 들뜬 분위기…연신 '문재인' 연호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서 단상에 올라 시민들의 손을 잡고 있다. 이한형기자
앞서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들뜨기 시작한 분위기는 오후 11시 45분쯤 문 당선인이 광장을 찾으면서 한껏 고조됐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세의 기적'을 연출해 문 당선인이 무대로 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문 당선인의 발언 마다 "우리가 지킵시다"라며 소리지르고 연신 '문재인'을 연호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김지영(39) 씨는 "내가 뽑은 사람이 저 사람이구나. 정말 잘해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든다"면서 "'우리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고 전했다. 전창덕(55) 씨는 "감회가 새롭고 새로운 대한민국이 기대돼 기분이 너무 좋다"면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시민으로서 건강하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