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지난 8일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9일 실시된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인의 승리가 확실시 되자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를 속보로 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생중계 중이던 러시아 군사 열병식 방송을 도중에 중단하고 문 당선인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했다.
CCTV는 러시아 군사 열병식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던 중 속보가 들어왔다며 문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확정 소식을 전하고 방송이 끝날 무렵 다시 언급하는 등 한국 대선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밤 11시(현지시각)부터는 문 당선인의 승리 소식을 톱뉴스에 배치하고 문 당선인의 정치역정과 한국 국민들의 차기 대통령에 바라는 희망 인터뷰 등을 집중 보도했다.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전화로 연결해 문 당선인의 대선 승리 요인과 향후 전망 등을 자세히 분석하기도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결정 이후 한국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앞장서 이끌어온 환구시보(還救時報)도 곧바로 관련 사설을 게재하며 한·중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환구시보는 문 당선인을 ‘개혁가’로 규정하고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정책이 한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인터넷 판인 인민망(人民網)은 문 당선인이 안보와 외교 방면에서 자주국방의 역량을 키우고 6자회담 등 다자회담 형식을 빌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적극 추진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문 당선인의 승리가 10년간 계속됐던 한국 보수통치의 종식을 예고하고 북한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SCMP는 문 당선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을 되돌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까지도 회복시키려 하겠지만 당장 한·중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간 사드 배치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당선인이 차기 한국을 이끌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꽉 막혀 있던 한·중관계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문 당선인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대북 정책과 사드에 대한 시각 등이 중국의 기존 입장과 큰 간극이 없다는 점은 이 같은 예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문 당선인 캠프 외교·안보라인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기 대북정책을 이끌어온 인사들과 친중성향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도 중국 측에서 볼 때는 희망적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장을 맡은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석동연 전 재외동포영사대사, 신봉길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보수성향의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설정이 한·중관계 복원에 있어서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직면한 사드 배치 문제 등에서 현명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양국 사이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전문가들도 한국의 새정부 출범이 한·중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문 당선인의 대북 정책 기조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중국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동안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한중관계가 급속도로 회복될 수 있고 내다봤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최대 걸림돌인 ‘사드’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는 힘들겠지만, 새 정부가 중국 정부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경우 사드 때문에 촉발된 갈등도 빠른 시일 내에 수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새 대통령은 중국과 대화를 재개하고 사드 문제를 재고할 수 있을 것"이며 “한·중 관계는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부 개선은 이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