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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같지 않은 '개콘', 900회 기점으로 확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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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같지 않은 '개콘', 900회 기점으로 확 바뀔까

    [기자간담회 현장]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해 오는 14일 900회를 맞는 KBS2 '개그콘서트' (사진='개그콘서트' 홈페이지 캡처)

     

    1999년 9월 4일, 대학로에서 시범 운영되던 스탠드업 코미디를 TV 속으로 옮겨온 '개그콘서트'가 KBS2에서 첫 전파를 탔다.

    그동안 '개콘'은 수많은 스타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지상파의 대표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장수했고, 신인 코미디언들을 발굴하는 '양성소' 역할도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900회라는 유구한 역사를 써 오면서 부침도 많았다. 현재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예전같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전성기 때 30%대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은 두자릿수를 기록하지 못한 지 꽤 됐다. 최근 두 달 간 가장 높은 시청률은 9.1%(4월 2일,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다.

    이태선 밴드가 연주하는 클로징 음악을 들으면서 '주말의 끝'을 체감할 만큼 '국민 프로'였던 '개콘'이 최근 부진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안에서 잘 알고 있었다. 이정규 PD는 901회에서부터 '확 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10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 공개홀에서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KBS 공채 14기 김준호, 김대희에서부터 31기 막내 손별이, 박진호까지 10명의 코미디언들과 이정규 PD가 참석했다.

    ◇ 안에서 본 '침체' 원인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예능, 그 중에서도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 가운데 900회를 맞은 것은 '개그콘서트'가 유일하다. 기쁘고 영광스러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900회'는, 다시금 도약하기 위한 기점으로 삼을 '무거운 과제'이기도 했다.

    '개콘'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 전반의 부진 이유를 묻자 이 PD는 "'개콘'에만 한정해 말하겠다. 순조롭지 않은 건 사실이다. 제가 프로 맡은 지 5달 됐는데 'K팝스타', '미운 우리 새끼' 등 꽤 강하고 훌륭한 적수를 만나 프로그램이 살짝 무거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BS2 '개그콘서트'의 이정규 PD (사진=KBS 제공)

     

    이 PD는 "사실 눈에 띄는 캐릭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최근 몇 년간을 돌아보면 개그맨 본인과 캐릭터에 집중되기보다는 꽁트의 완성도나 잘 짜여진 대본을 중시하지 않았나 싶다. 흡입력 있는 캐릭터가 없으니 '개콘'을 안 보신 것 아닐까. (빨라진) 템포의 문제도 있고"라고 침체 원인을 분석했다.

    김준호는 다양해진 시청 형태를 시청률 저하의 한 원인으로 봤다. 그는 "예전에는 30% 나왔을 때도 있다. 요즘은 버라이어티 토크쇼의 경우 6~7%만 나와도 잘 나왔다고 한다. 저도 SNS나 케이블을 많이 보는 만큼, 시청층이 여러 채널로 가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외국 코미디 페스티벌이나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여유롭게 웃기는 편이다. 이제는 1분, 30초, 15초 안에 웃겨야 할 만큼 속도가 빨라져서 현실적으로 되게 힘들다"며 "시청자들도 그런 패턴에 익숙해지신 것 같다. 조금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간 개그맨들이 2초 안에 웃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레전드의 귀환'과 '싹 달라진 새 코너' 2가지다. 이 PD는 "개그의 아버지 두 분(김준호, 김대희)께서 6월 안으로 컴백할 예정이다. 다른 개그맨들도 지금 특집을 병행하면서 절반 이상 새로운 코너로 바꾸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콘'이 일어나고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이 일어나면 전체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견인에 조금이나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그럼에도 '개콘'이 존재해야 하는 까닭

    왼쪽부터 '개그콘서트'의 김준호, 김대희, 손별이, 박진호, 서태훈, 오나미, 이상훈, 이수지, 유민상, 이정규 PD (사진=KBS 제공)

     

    하지만 오랜 시간 '개콘'의 흥망성쇠를 봐 왔던 '선배'들은 현재의 부진에 적어도 일희일비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개콘' 900회 갖는 의의에 더 집중하고자 했다.

    김준호는 "'개콘'이 대학로 공개코미디를 잘 가져왔지만 2000년대 초반에도 '육아일기' 때문에 시청률이 완전히 무너진 적이 있다"며 "시청률은 항상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 것 같다. 그런 과정을 19년 동안 봤고, 후배들이 단단하게 뭉쳐 연습하는 것을 보니 그렇게 큰 걱정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예능의 부진을 이야기할 때) '개콘'이 가장 자주 언급되긴 하지만, 내실을 다지면 (시청률은) 당연히 올라가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준호는 서수민 PD의 말을 빌려 '개콘'을 '4인용 식탁 개그'에 비유했다. 아이도 어른도 노인도 좋아하는 개그를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그는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클로징 음악으로) 월요일을 체감하는, 이렇게 삶에 스며드는 프로는 많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개콘'의 의의는 어마어마하지만 그 중 20% 정도는 '신인 발굴'에 있지 않나 싶다. KBS에서 새로운 신인 발굴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셨으면 한다. 김준현, 유세윤, 이문재 등이 '개그사냥', '폭소클럽', 한반도 유머총집합' 등의 프로그램에서 나온 친구들이다. 이렇게 숙성돼야 개그를 잘하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 위해선 신인을 발굴하고 키우는 프로그램이나 장치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 PD는 '900회 특집'을 기점으로 '개콘'이 큰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600회, 700회, 15주년 특집 모두 한 주짜리 특집이었는데 굳이 3주를 만들어서 이 분 저 분 어렵게 섭외한 것도 900이란 숫자를 통해 큰 전환점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재석, 김병만, 이수근, 장동민, 유세윤, 강유미, 신봉선 씨가 (섭외 요청에) 선뜻 하겠다고 하시면서 다 똑같이 덧붙인 말이 '그래도 개그프로가 살아야지'였다"면서 "3주 특집하는 동안 최대한 새로운 형식의 코너를 준비해 901회에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주 간 이어지는 '개콘' 900회 특집에는 김대희, 김준호, 유세윤, 강유미, 신봉선, 장동민 등 '개콘'이 배출한 스타들과 배우 남궁민, 김응수, '유느님' 유재석, 트와이스 등 초호화 게스트가 출연할 예정이다.

    이 PD는 "('개콘' 클로징을 맡는) 이태선 밴드의 음악으로 한주를 맺는다는 말씀들을 하셨었다. 여전히 여러분께 즐거움 즐거움을 드리고 월요병을 잊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일요일 밤에 굳건히 남고 싶다"고 밝혔다.

    KBS2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은 오는 14일부터 3주 동안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1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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