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김수남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김수남 검찰총장이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이날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수사도 마무리됐고, 대선도 무사히 종료되어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며 "저의 소임을 어느 정도 마쳤다고 생각돼 금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은 임명권자에 대한 수사여서 인간적인 고뇌가 컸지만 오직 법과 원칙만 생각하며 수사했다"며 "구속영장이 집행됐을 때 검찰총장직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대선 관련 막중한 책무가 부여되어 있고, 대통령, 법무부장관이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총장직을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신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의 사의 표명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검찰 개혁 작업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자, 자신의 인사권자를 수사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성격이 짙어 보인다.
김 총장은 대검찰청 간부 등 참모진에 "검찰총장은 사표를 가슴에 품고 일하는 자리"라며 "지난해 가을부터 사표의 각오를 갖고 수사 독립성 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외풍을 막고 사건을 진행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이 국정농단 사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사의를 표명할 확고한 결심을 갖고 있었다”며 "새 정부 들어 압력 같은 건 전혀 없었고, 조국 민정수석 내정과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오는 12월 끝나는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나는 것에 대해선 "임기제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김 총장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대검 관계자는 덧붙였다.
검찰개혁에 대해 김 총장은 "새 정부와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 나올 수 있도록 대검도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부터 휴가를 낸 상태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공식적인 대행체제는 아니지만, 김주현 대검 차장 중심으로 검찰은 당분간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