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김수남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
전격 사의를 표명한 김수남 검찰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해 "인간적인 고뇌가 컸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11일 대검찰청을 통해 "임명권자에 대한 수사였지만, 오직 법과 원칙만 생각하며 수사했다"며 "구속영장이 집행됐을 때 검찰총장직을 그만둘 생각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 불거진 뒤 특별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했던 김 총장은 "결단도, 책임도 내가 지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수사팀에 전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시기를 비롯해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기소 등 수사가 일단락 될지도 판단해 수사 고비마다 직접 주요 결정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이른바 '장미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고심이 깊었다는 게 주변 검찰 관계자들의 말이다.
김 총장은 주변에 "검찰총장은 사표를 가슴에 품고 일하는 자리"라며 "지난해 가을부터 언제든지 사표를 낼 각오를 갖고 수사 독립성 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외풍을 막고 사건을 진행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수남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김 총장은 임명권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과,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서는 오는 12월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 사이에서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검 관계자는 "총장이 임기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참모들 소신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김 총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1988년 임기제 도입 이후 도중하차한 13번째 검찰총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년의 임기를 모두 채운 전직 총장은 모두 7명뿐이다.
김 총장의 사의로 문재인 정부발 검찰개혁은 조국 민정수석 내정과 함께 신호탄을 쏜 모양새다.
청와대는 이날 조 교수 내정에 대해 "대통령의 강력한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뒷받침하는 적임자"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곧 단행될 인사에서 검찰 조직은 인적 쇄신을 통한 개혁 태풍을 맞게 될 것으로 예고된 상태다.
김 총장은 검찰개혁에 대해 "새 정부와 국민의 관점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 나올 수 있도록 검찰도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사의 표명 뒤 휴가를 낸 상태며, 아직 추가로 사의를 표명한 검찰 고위직은 없다고 대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