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수석이 11일 전화통화를 갖고 사드 배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자료사진)
취임 이틀째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한중관계 발전을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으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11일 낮 12시부터 약 40분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한중 관계 발전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날 통화는 시 주석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나라 대통령 취임에 맞춰 축전 등을 보낸 적은 있지만 직접 축하 전화를 걸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중국 측은 이날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당선 축전을 인민일보 1면에 싣는 등 양국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양 정상은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것과 더불어 한중 관계 전반의 발전방향, 한반도 정세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최근 중국 산둥성에서 교통사고로 한국인 유치원생 10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며 서로 협조를 약속했다.
전화통화는 시종일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간 사드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사드 보복 등을 노골적으로 시행하며 '악화일로'를 걷던 한중 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다방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 왔으며 이러한 관계 발전의 잠재력은 아직도 무궁무진 하다"며 "한중 간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실질적인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관계 변화의 의지를 강조했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골프장 부지 (사진=대구일보 제공)
특히 이날 통화는 양국관계의 걸림돌인 사드 문제와 관련, 한국의 정권교체 이후 처음으로 정상 간 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차기 정부에서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날 통화에서도 사드배치에 대해 논의하면서 "사드 특사를 파견하겠다"며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대로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을 조사하고 국회동의 절차를 추진하면 사드 본격 가동은 자연스럽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중 간 전략대화가 진행되면 양국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문재인의 외교 브레인'으로 불린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드 문제 관련해 "지난 정권에서 사드 결정 과정에서 중국과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 등 스스로 경색 국면을 촉진한 측면이 있다"면서 "제도적 틀 안에서 우리 의견도 모으고 중국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며 의견이 어떻게 수렴되어 가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 복원과 함께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훈풍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여부에 대해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분명히 했지만, 과거 정부에 비해 훨씬 유연한 입장이다. 이는 6자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주장해온 중국과도 협상의 폭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