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입구에서 인근 주민들의 환영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과의 소통 및 경호 분야에서 연일 파격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탈권위주의 실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11일 출근길에서부터 국민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오전 9시쯤 사저에서 나와 대기 중이던 방탄 차량에 올라탔는데 채 몇 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멈춰 서더니 차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 모여 있는 20여 명의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예상치 못한 하차에 주민들은 환호했고, 문 대통령은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불편하셨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쇄도하는 ‘셀카(셀프 카메라)’ 촬영 요청에도 응하는 등 국민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갔다.
이 같은 열린 태도에 시민들은 "진짜 국민의 대통령", "수고하시라" 등 환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회 취임식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과 격의 없이 인사를 주고받는 등 파격적인 탈권위적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국회 방문 중에도 야당 대표들과 직접 만나는 등 소통하려는 의지가 드러냈다.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 모인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에 들어오는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문 대통령의 낮고 열린 자세는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임명을 기자들에게 직접 알리면서 "청와대를 젊은 청와대, 역동적 탈(脫)권위,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변화시킬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 소통의 자세는 참모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임 수석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임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홍보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재킷을 벗고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문 대통령은 옆에 있던 경호원이 상의를 받아들려 하자 "옷 벗는 정도는 제가 할 수 있다"며 만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맞은 편에는 청와대 안살림을 총괄하는 이정도 비서관을 앉혔다. 측근이 아닌 기재부 출신의 이 비서관을 임명한 것도 파격이지만, 수석급이 아닌 일반 비서관을 동석시킨 것도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통령과 수석, 비서관들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은 오찬 후에도 이어졌다. 이들은 재킷을 입지 않은 채로 한 손에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문 대통령 자신이 열린 자세를 취하면서 엄격했던 경호 방식도 부드럽게 바뀌고 있다. 이날 참모들과의 청와대 경내 산책도 이미 오전 중 출입기자들에게 사전 공지됐다. 기존에는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이러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전남지사직 퇴임 기자회견을 하면서 문 대통령이 "경호를 약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경호실장이 곤혹스러워할 정도의 모습에 국민 곁에 가까이 가는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고자 마음을 많이 쓰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