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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도 못했던 '재벌개혁' 문재인은 할수 있을까

경제정책

    노무현도 못했던 '재벌개혁' 문재인은 할수 있을까

    김종인 "결국 문제는 최고 권력자의 실천의지"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재벌개혁을 강조해 새정부 초반부터 재벌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재벌의 과도한 지배력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재벌을 어떤 방식으로 견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 문재인 대통령 ‘자회사 지분, 현금으로 매입하라’

    먼저, 재벌의 지배력 억제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대기업들이 경영권 승계 방식으로 악용해 왔던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푸는 것이 열쇠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주주들이 보유 지분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것)로 기업이 분할하는 과정에서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해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지면 지주회사는 보유지분 만큼 자사주를 배정받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인적분할을 통해 의결권이 있는 자사주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오너 일가는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기업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해, 지주회사의 기준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현행 지주회사의 지분 보유 요건이 자회사는 20%, 손자회사는 40%로 돼 있는데,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한마디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려면 순환출자 등 기존의 방식 말고 오너 일가가 직접 현금 주고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현재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롯데를 포함해 앞으로 체제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자금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문어발식 확장이 어렵게 된다.

    이밖에 재벌의 지배력 억제를 위해 공익법인을 통한 지분율 확보를 차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인적분할을 마친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몽준 회장 지분율이 10.15%이고, 여기에 아산사회복지재단이 2.53%, 아산나눔재단은 0.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성진 집행위원장은 “공익재단은 상속세도 내지 않고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오너 일가들이 재단을 만들어서 기업의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의 시작과 끝은 1%의 주식만 갖고 있는 오너 일가가 나머지 99%를 지배하는 잘못된 경영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재벌이 반발할 경우에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개혁할지 모르지만, 기대는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재벌의 황제경영 견제장치.. 문 대통령 ‘노동자 대표를 이사로’

    재벌개혁을 위해선 지배력 억제도 중요하지만 그룹 운영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일방적인 결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도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공통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에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등 다양한 견제 수단이 마련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기간 이런 견제 방안을 통해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며 공약을 내걸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지분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부실경영에 대해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출시 1주 1표가 아니라 선출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컨대, 이사를 7명 선출할 경우 1주 7표까지 행사할 수 있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 선임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재계는 이 같은 상법개정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반발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불필요한 소송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공통적으로 '1주 1표'인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기업의 의사결정권한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참여연대 김성진 위원장은 "상법 개정은 재벌 총수로부터 자유로운 이사나 감사를 한 명 정도는 선임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며 "자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노동자 대표 1명을 이사로 선임하도록 강제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며 “노동자 대표 1명이 이사회에 참석해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기 보다는 감시와 견제라는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에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노무현도 못했던 재벌개혁....문재인은 할 수 있을까?

    재벌개혁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는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정치, 경제적 환경이 그 때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연대 김성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워낙 거셌던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선 재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의식이 강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 당시에 재벌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전 의원의 발언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월 27일 소상공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사회적 양극화와 빈부격차는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며 “결국 문제는 최고 권력자의 실천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결국엔 실천할 의지가 중요하다”며 “새롭게 경제 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비록 경제민주화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지만, 현재 경제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재벌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빈부격차 해소가 중요해 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재벌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대선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모두가 재벌개혁에 일정 부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익대 전성인 교수(경제학과)는 “상법개정은 무조건 하고 재벌개혁도 더 해야 한다”며 “다들 급하고 중요하니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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