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소영 (사진=킹엔터테인먼트 제공)
동갑내기 배우 장동건과의 결혼 이후 연기활동을 쉬었던 배우 고소영이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의 씩씩한 주부 심재복 역으로 돌아왔다.
11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고소영을 만나 오랜만에 연기 기지개를 켠 소감과, 공백기에 그를 집에 머무르게 했던 아이들 자랑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일문일답 이어서.
(노컷 인터뷰 ① 10년 만의 컴백… 고소영이 밝힌 '수확'과 '아쉬움')- 아쉬움을 많이 털어놨는데 '완벽한 아내'라는 작품에 기대가 많으셨던 것 같다.아뇨. 그렇다기보다는 (캐릭터가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줌마의 생애극 같은 건 밋밋하고 재미없는데 복합장르이기도 했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스릴러였거든요. 의도한 것과 다르게 재복이가 주체적인 일을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는데, (초반 캐릭터가 유지됐다면) 작품이 지금보다는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10년 만에 나왔으니까 엄청나게 해 봐야지 그런 맘은 처음부터 없었다. 부담스러워서 더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다. 융화되고 싶었고. 10년 동안 연기 안했는데도 배우들하고도 별로 어려움 없이, 낯설어하는 것 없이 호흡을 마줬다. 이제 제가 나이가 많다 보니까 가장 가까이서 같이 일하는 조명, 음향 친구들하고도 이름 부르면서 친하게 지냈다. 사탕 한 쪽도 나눠먹을 정도로. 촬영장에 나가는 게 재밌었을 만큼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 그나저나 드라마 촬영 현장은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았더라. (기자 : 그게 좋은 걸까요?) 노코멘트하겠다. (웃음)
- 드라마 시작 전부터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서면서 친근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는 얘기를 했었다.오랜만에 나오면서 럭셔리하고 예쁘게만 나오는 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앞으로는 어떤 역을 해도 (특정한) 캐릭터에 갇혀있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게 얻은 점이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나 신랑(장동건)도 (심재복 캐릭터를 하겠다는 걸) 너무 이상하게 생각했다. (장동건은) "니가 이게 어울리기나 해?"라고도 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연기생활을 하면 매니저나 다른 사람들이 많은 걸 해 주니까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저는 항상 뭐든 제가 부딪쳐보고 하는 스타일이어서 뭐랄까 (저를) 공주처럼 보는 게 싫었다. 부잣집 딸, 화려한 캐릭터 그런 쪽으로 대본이 들어왔는데 재복이를 해서 좋았다. 어렸을 때는 '난 누구의 엄마 역할은 안 할 거야' 이러기도 했었는데 (웃음) 막상 애기엄마 역할도 해 보니까 (아이들도) 귀엽고 재밌었다. 그런 부분을 스스로 재미를 느끼면서 했던 것 같다.
- 결혼하고 나면 작품 선택 폭이 좁아지는 편인가.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여배우들이) 거의 그런 것 같다. 일단 여자(를 중심으로 하는) 스토리가 별로 없다. 돌아보면 제가 여자가 메인이 되는 역을 많이 했더라. 그래서 예전에는 '너 왜 자꾸 원톱을 하냐, 겁없이. 묻어가야지' 이런 말도 들었다. '완벽한 아내'도 (여자 이야기라) 선택했다. 영화에서도 보면 여성 캐릭터가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거나, 되게 섹스어필하는 역할, 노출이 필요하고 아니면 멜로다. 근데 요새는 멜로 영화도 별로 없고. 드라마로 보자면 달달한 멜로나 트렌디드라마는 어린 친구들한테 가고, 한류 수출 이런 것까지 생각해야 하니 작품 선택 폭이 좁아지는 건 맞다. 요즘은 다 발품 팔아서 사람들 만나고 어필하는 시대인 것 같다. '나 있어요' 하고 계속 얘기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도 상품이지 않나. 이런 매력이 있고 이런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계속 얘기하고 다녀야 한다. 아무튼 쉴 때는 일 얘기를 같이 하지 못해 소외된 느낌도 있었는데 (작품을 하니까) 응원이 많이 왔다. 그래서 힘을 많이 얻었다.
- 댓글 반응도 보는지 궁금하다.저를 쿨하고 외향적인 살마으로 보는데 사실 내향적이다.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스타일이다. (댓글을 보면) 일하는 데 지장이 될까봐 보지 않았다. 뭐에 하나 꽂히면 편집증 환자처럼 꽂히는 스타일이다. 주변에서 응원하는 반응도 많다고 얘끼해줬지만, 괜히 봤다가 한도 끝도 없이 보게 될까봐 하지 않았다.
고소영은 지난 2010년 5월, 동갑내기 배우 장동건과 결혼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장동건)의 반응은 어땠나.남편은 절 되게 불안한 존재로 바라본다. 제가 집안일도 다하고 모든 걸 다 하는데. 제가 (밖에) 나가면 철없고 약간 사고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불안해한다. 제가 약간 막내딸 이미지에 싫으면 싫은 게 표가 나니까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응원은 많이 해 줬다. 재복이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상이) 안 그려질 때 (제가) 스트레스를 받는 걸, 본인도 배우니까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상한 깊은 한숨을 쉬더라. 같이 짜증도 내고. 그래서 제가 '그렇게 지적할 거면 드라마 보지 말라'고 했다. 안타까운 거죠. 10년 만에 했는데. 제가 재복이 처음 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었다. '더 아줌마 같이 입어야 되는 거 아냐?' 그러고. 나중에 아줌마 같은 캐릭터가 없어지니까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것 같다.
- 아이들도 엄마가 TV에 나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지.이제는 안다. (아들은) '엄마, 책(대본) 봐야 돼' 하면 뭔지 안다. 처음에는 제가 누구랑 얘기하는 것 같은데 가 보면 혼자 있고 하니까 의아해더니 이젠 연기하는 걸 알더라. 딸은 진짜 연기를 한다. 공연을 보면 따라서 한다. 아들은 쑥스러움이 많아서 연기는 절대 못한다고 하는데, 딸은 나가서 노래 부르라고 하면 노래하고 춤도 춘다.
- 아이들을 연기자나 아이돌로 데뷔시킬 마음도 있나.
그건 본인이 하고 싶다면 해야죠.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더라. 그게 뭐든. 고학력자인데도 무직이 너무 많지 않나. 제가 막 밀어줘서 지금부터 (연예계 활동을) 하는 건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 딸은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것 같긴 하다. 자기가 예쁜 걸 안다. (웃음) 문제라고 생각한다.
- 요즘은 연예인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향후 프로그램을 통해 오픈할 의사가 있는지.저도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는 편이긴 하지만, 쉽게 딱 오픈할 수가 없는 게 남편도 저도 내성적인 면이 많거든요. 성향에 안 맞는 것 같다. 이휘재 씨 '슈돌' 촬영하는 거 봤는데 힘들어 보이더라. 방송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아니까, (프로그램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작품은 계속 보고 있다.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너무 오래 쉬지 않고, 올해 안에 촬영에 들어가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작품을 하게 된다면 빨리 결정하고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오랜 시간을 쓰고 싶다. 최소한 3~4개월 정도는. 전문직 역이라면 진짜 프로페셔널하게 보일 정도로. 배우로서 캐릭터에 대한 숙지를 많이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