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6월 계란값 폭등설'…여름철 늙은닭 산란율 급락

경제정책

    '6월 계란값 폭등설'…여름철 늙은닭 산란율 급락

    산지서 계란 웃돈 거래, 유통 상인과 생산자 농가는 서로 네 탓 공방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계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날씨가 더워지는 6월부터 계란 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이쪽 업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 얘기는 한국계란유통협회 강종성 회장이 전한 말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 닭의 36%인 2500만 마리가 사라졌지만 병아리 입식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계란 생산기반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AI 발생으로 계란 수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가격 인상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게다가, 계란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80주령 이상 된 늙은 닭을 환우(換羽, 닭이 일시적으로 젊어지면서 털이 돋아나는 현상)해서 억지로 생산량을 늘렸으나, 기온이 오르면 이마저도 어렵게 될 것이라며 이른바 ‘늙의 닭의 저주’가 6월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흉흉하다.

    ◇ 5월 현재 AI 살처분 물량의 70% 재입식…완전회복은 7월 가능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AI 발생 이전 국내 전체 산란계 농장의 월 평균 병아리 입식물량은 400만 마리에 달했다.

    하지만 AI가 발생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입식된 병아리는 모두 1000만 마리로 한 달 평균 250만 마리에 불과했다. 그나마 3월에 360만 마리, 4월에는 370만 마리로 점차 평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결국, AI로 산란 닭 2500만 마리가 살처분됐으나 70% 정도만 재입식이 이뤄졌고 완전회복은 7월 말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병아리를 입식한 뒤에도 최소 20주, 5개월은 지나야 계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입식한 병아리가 이제부터 알을 낳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모든 것을 따져봤을 때, 산란 닭 숫자가 7월쯤 AI 이전 수준까지 회복해도 실제 계란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올해 연말쯤이나 돼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이런 전망도 병아리 입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지만, 입식이 늦어지고 있어 다소 불투명하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AI 방역을 이유로 병아리 재입식을 지나치게 통제하면서 현장의 농장들은 재입식을 언제 할 수 있을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마냥 기다리는 상황이다"며 "최근 계란 값이 오르는 것도 정부의 이런 늑장조치가 한 몫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자료사진)

     

    ◇ 계란 값 오름세…유통 상인 vs 생산자 농가 '네 탓 공방'

    이처럼, 국내 병아리 재입식이 늦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산 계란마저 수입이 중단되면서 계란가격이 오르자, 생산자 농가와 유통 상인들 사이에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산지 평균 계란가격은 지난 1월 12일 기준 특란 30개 한 판에 6500원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미국산 계란이 수입되면서 점차 내리기 시작해 3월 12일에는 51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3월에 미국에서 AI가 발생해 계란 수입이 중단되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해 4월 12일에는 5700원, 이달 11일에는 6320원까지 급등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12일 기준 계란 평균 소비자가격은 30개 한 판에 9543원을 기록한 이후 3월 13일에 7258원까지 하락했으나 4월 12일에는 7526원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이달 11일에는 7919원까지 올랐다.

    이와 관련해 계란 유통업계는 산지에서 계란 생산 농가들이 웃돈을 받고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탓을 돌렸다.

    강 회장은 "11일 기준 계란 공시가격이 1개에 194원이지만 실제로 산지 생산자들이 받는 가격은 204원으로 10원을 더 받고 있다"며 "심지어 20원, 30원까지 웃돈을 받는 농장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5톤 트럭에 계란 5000판을 실을 수 있는데 10원씩만 더 받아도 150만원에 달한다"며 "계란 생산농가들이 웃돈을 요구해도 (유통 상인들은) 어쩔 수 없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계란 생산자 농가들은 유통 상인들이 계란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웃돈 거래가 형성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김종준 계란자조금 국장은 "산란용 병아리가 AI 이전에 1100원하던 것이 지금은 2500원까지 올랐고, 그나마 입식을 하지 못한 농가들은 인건비만 까먹고 있다"며 "AI 때문에 원재료 값이 올라서 어마어마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오히려 계란 고시가격을 얼마 전에 204원에서 194원으로 10원 내렸다"며 "유통 상인들이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서 미리미리 쟁여두려고 하다 보니까 경쟁이 붙어서 계란 값이 오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늙은 닭의 저주…6월, 계란 값 '폭등설'의 진실

    더 우려되는 것은 계란 유통업계에서 6월부터 계란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80주령 이상 된 늙은 닭을 폐계 처리하지 않고 환우를 통해 계란생산을 이어갔으나, 기온이 오르면 환우를 해도 늙은 닭의 산란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다 계란품질이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라는 근거에서 비롯됐다.

    강종성 계란유통협회 회장은 “환우는 1차례 정도 하는 게 보통인데 지금은 3차례씩 하면서 억지로 계란을 생산했다”며 “환우를 통해 낳은 계란은 껍질이 얇고 푸석푸석해서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워낙 계란이 없다보니까 유통됐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하지만 기온이 오르면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며 "80주령 이상 된 닭에서 계란공급이 줄어든다면 계란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너무 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한 번 가보면 알겠지만, 계란이 진열대에 가득 쌓여 있다"며 "AI 발생으로 계란값이 오르면서 소비가 둔화돼, 줄어든 생산량 갖고도 수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히려 예년 통계를 보면 6월부터 9월까지 여름철에는 휴가와 여름방학 등이 끼어 있어서 계란 소비가 확 줄어드는 시기라서 계란 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고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엇갈린 전망과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덴마크와 태국 등에서 계란수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6월에는 국내에 들어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수입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번 미국산 계란처럼 국내산 계란가격의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