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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은 '다큐 3일'의 카메라는 이제 어느 곳을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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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주년 맞은 '다큐 3일'의 카메라는 이제 어느 곳을 향할까

    14일, 21일 2부작 '10년의 기억' 방송

    2007년 5월 3일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KBS2 '다큐 3일' (사진=KBS 제공)

     

    67명의 PD, 25명의 작가, 104명의 내레이터, 500여 곳의 장소, 1500일, 3만 6천 시간.

    2007년 5월 무안장터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이곳저곳을 돌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해 온 KBS2 '다큐 3일'이 10주년을 맞았다.

    12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다큐 3일 10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각경 아나운서가 사회를 본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임세형 프로덕션3담당, 최재복 팀장, 황범하 PD를 비롯해 '다큐 3일'의 숨은 공신 김희근, 이수민, 박지현 VJ와 가장 많은 내레이션을 도맡은 배우 안정훈이 참석했다.

    임세형 프로덕션3담당은 "다큐멘터리는 개별 프로가 다 독특하기 대문에 프로그램으로 포맷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큐 3일'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포맷화된 다큐"라며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거리에 숨어있는 철학자들을 만나게 되는 기쁨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 다큐 3일의 중심이 되는 '장소', 어떻게 선정했나

    '다큐 3일'은 '장소'가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한 장소에서 3일 동안 벌어지는 일을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500회를 방송했으니, 이제 대한민국의 웬만한 장소는 다 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다큐 3일'이 비춘 장소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을까.

    황범하 PD는 "('다큐 3일'은) 기본적으로 고발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 나는 냄새가 나는 곳, 아날로그적인 풍경이 있는 곳을 찾는다"며 "나름대로는 시대정신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황 PD는 "이명박 정부 때 재개발이 많이 진행됐을 때 옥수동 같은 재개발 예정 지역을 찾아갔었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 당시에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촛불집회에 갔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11월에는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던 촛불집회를 다뤘다. 방송 당일 오전까지 촬영해 방송을 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귀향했을 때 3일과 돌아가신 이후의 3일을 방송했다. 유례에 없던 사건이 터졌을 때 그곳에서 본 것과 상황을 담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이 나오지만, 그 시점에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대정신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게 제작진이 노력했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기까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다큐 3일' 10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황범하 PD, 배우 안정훈, 김희근 VJ, 박지현 VJ, 이수민 VJ, 최재복 팀장 (사진=KBS 제공)

     

    언제나 궁금했다. 72시간 동안 카메라를 돌려도, 충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방송 분량을 채우지 못하면 어쩌나.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할까.

    그러나 '다큐 3일'의 VJ들은 이렇게 대단한 일을 수 년 간 해 온 이들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결국 말문을 열게 하는 비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지현 VJ는 "진심과 경청인 것 같다"는 현답을 내놨다.

    박 VJ는 "그곳에 가서 낯선 분과 마주하고 눈을 마주보면서 '오늘 하루 어땠어요? 당신, 어떻게 살았나요?' 하고 질문을 던지고 그분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으면 마법이 시작되는 것 같다. 한 번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지 않았던 누군가가 인생을 돌아보고, 오히려 '내 얘기 들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저 잘 살았던 것 같아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 공간은 '우리의 공간'이 된다"고 말했다.

    이수민 VJ는 "촬영장에 가면 저희는 먼저 '관찰'을 한다. 어떤 사람을 찍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VJ마다 다른 시각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이들을 찍는다"며 "취재대상과 VJ의 호흡, 교감이 계속 이어져서 방송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을 강하게 거부하시는 분의 경우 촬영을 안 하거나, 방송에 내지 않는다. 카메라가 창피하다는 이유를 가진 분에게는 카메라 내려놓은 상태에서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첫날, 둘째날 서로 친해지며 제게 자기 얘기를 털어놓더라. 그걸 담아 방송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황 PD는 "PD도 촬영감독도 어떤 장면이 포착될지, 누구를 만나서 인터뷰하게 될지는 잘 모른다. (카메라가 도는 상황에서 지금) 어떤 내용이 촬영되고 있는지 파악 안 될 때가 많다"면서도 "예상된 것만 찍히면 그건 망한 프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일 첫 시청자라고 할 수 있는 저희 입장에서도 '섭외 안 하고 갔는데 이게 촬영이 될까' 생각하지만 늘 예상치 못했던 인물과 상황이 공간에 등장해 카메라에 기록된다"며 "촬영 마치고 편집실 들어가서 테잎 보기 시작할 때가 더 설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 500회 중 114회, '다큐 3일'의 가장 익숙한 목소리가 된 안정훈

    배우 안정훈 (사진=KBS 제공)

     

    10년 동안 104명이 '다큐 3일'의 목소리가 되어 주었다. 유열, 양희경, 양희은, 김C, 유인나, 정형석, 강석우, 황정민, 최유라, 배칠수, 최주봉 등 다양하다.

    그 중 단연 압도적으로 많이 내레이션을 한 주인공은 바로 배우 안정훈이다. 그는 500회 중 114회나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안정훈은 "2009년 6월부터 '다큐 3일'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처음엔 굉장히 생소하고 떨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편안하게 읽어주세요' 하는 PD님의 말씀이 아직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데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지나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글쎄… 모니터를 통해 느껴지는 삶의 애환과 그들의 희망을 같이 공감해 가면서 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황 PD는 "안정훈 씨의 목소리는 단박에 '목소리가 참 선하다'는 느낌이 온다. (저희 프로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아날로그적인 풍경 스케치가 주 내용이다 보니, 안정훈 씨 목소리가 떠올랐다"며 "목소리가 너무 선하고 프로그램과도 잘 맞고 오버하지도 덜하지도 않는다. 딕션도 분명하다. PD들이 가장 선호하는 목소리가 아닐까"라고 치켜세웠다.

    1/5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는 데에는 본인의 의지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안정훈은 "앞선 일정 때문에 녹음 참여 못했던 게 5~6번 정도 있었지만, 5월 5일 어린이날도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녹음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잠깐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의 공간, 그게 바로 '다큐 3일'의 매력이 아닐까.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슬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람들의 풋풋한 희로애락을 보면서 힘을 얻게 되지 않나 싶다"라며 "'다큐 3일'에 대한 자부심이 제 몸속에서 자라고 있다. 그게 (내레이션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 500곳을 돌았다… 앞으로 '다큐 3일'이 비출 곳은

    KBS2 '다큐 3일'은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화제가 되었던 출연진을 만나는 특집을 준비했다. (사진=KBS 제공)

     

    '다큐 3일'은 한 번 갔던 장소를 다시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10년이나 방송을 하다 보니 아이템을 짜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황 PD는 "아이템 찾아내기가 점점 쉽지 않다. 어떡하면 '다큐 3일' 특유의 색깔과 재미를 담보할 수 있는 장소를 찾을지가 큰 숙제"라며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정상화돼서 언젠가는 '북한 다큐 3일'을 찍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을 볼 때마다 아이템이 널려있다고 생각한다. 실향민도 많이 있지 않나. 개마고원에서 경작하시는 분들 이야기도 담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다큐 3일이 20~30년 가지 않을까. 하루빨리 그런 날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재복 팀장은 "'다큐 3일'의 여러 가지 기능 중 하나가 잃어가는 장소를 찾아가고 공유하는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새로 생겨나는 것들도 주목하고 있다. 얼마 전 편의점 3군데를 찍었다. '한 장소'를 바라보는 틀은 깨질 수 있어도, 젊은 세대들에게 의미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지금 달라지고 있는 삶의 형태도 담아내고자 노력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10주년을 맞은 '다큐 3일'은 14일과 21일 오후 10시 40분 '다큐멘터리 3일, 10년의 기억' 2부작을 방송한다. 14일 방송되는 1부에서는 인천공항 꼬마 통역사 레아, 어린이 병동에서 만났던 현우, 무인가게를 운영 중이던 장성 신촌마을 사람들 등 10년 동안 '다큐 3일'에서 화제가 됐던 이들을 만난다.

    21일 방송되는 2부에는 피맛골의 달걀장수 김철령 씨, 노량진 고시촌 취준생 오가영 씨, 편백나무 숲에서 암투병 중인 아내를 간호하던 김용관 씨,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 중이던 이각경 아나운서(현 KBS 뉴스라인 앵커)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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