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층 기술이 발전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지만, 미국은 과거와 달리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은 북한 도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가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경고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유엔 안보리 회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지난 14일 신형 미사일인 화성-12호를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다음날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화성-12호에 대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라고 밝혔다. 정상 발사하면 사정거리가 4500km에 달해 괌 미군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하던 지난 트럼프 정부의 대응 방식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강경 반응이 예상되지만, 이번 도발에 대해 미국은 의외로 신중한 입장이다.
미 국방부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15일 외신기자 대상 백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의 자세한 제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북한의 미사일이 아직 미국 본토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백악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도발 관련 발언을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 도발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조속히 대화를 원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더 얘기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질문이 재차 나오자 스파이서 대변인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도발 문제에 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미국은 북한 미사일 도발 직후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추가적인 대북 제재에 찬성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미국이 유엔 안보리,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공을 넘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 북미 비공식 대화(1.5트랙 대화)를 마치고 귀국하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러시아 내통 의혹을 조사하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해임하면서, 야당에서 특검 임명은 물론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서는 등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편,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인 가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 방문을 정리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나선 점도 주목된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는 가운데,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이번 도발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16일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