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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다 잘 될 거야”

책/학술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다 잘 될 거야”

    믿음과 낙천성으로 똘똘 뭉친 작은 나라의 즐거운 라이프스타일

     

    우리는 무한경쟁, 각가도생의 시대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노오력'을 한다. 하지만 달리다 지쳐 앞으로 고꾸라지기 전에 쉬어야 한다. 고꾸라지기 전에 가까스로 '넨니 에끼(굳이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를 생각해야 한다. 거리낌없이 선언한다.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도 괜찮다. 잠깐이어도 된다. 미리 세워놓은 계획을 몸이 거부한다면 잠깐 멈추면 된다. 딱딱하게 뭉쳤던 어깨가 사르르 풀릴 것이다. 테이투르는 여유만만하게 계속 노래한다.

    사랑하는 건 귀찮을 때가 없지
    마시는 건 귀찮을 때가 없지
    꿈꾸는 건 귀찬을 때가 없지
    귀찮지 않은 무언가는 항상 있지
    -본문 71~72쪽

    아름답고 색다른 자연환경으로 세계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아이슬란드지만, 인구 35만 명인 이 나라는 자유로운 사고방식, 잘 작동하는 시스템과 공동체를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행복의 가장 혁신적인 모습을 이루어낸 사회적 모델로도 유명하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는 절망적인 경제 위기조차 극복해 낸 아이슬란드식 낙천주의를 소개한다. 저자 박혜정은 대학 시절 문화 교류 프로그램으로 아이슬란드에 갔다가 이 나라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에 매료되어 정착하고 아이슬란드인 남편과 국제적인 가족을 이룬 자타 공인 아이슬란드통이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은 아이슬란드의 사회 시스템,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소개하며 그는 이 나라를 단단한 공동체로 일구어 낸 정신을 네 가지로 요약해 소개한다. 바로 “굳이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넨니 예끼)” “생긴 대로 살아도 괜찮아” “다 함께 잘 살자” “다 잘 될 거야(세따 렛다스트)” 다. 척박한 자연, 변덕스러운 기후 속에서 얻은 유연한 사고, 끝없는 개척정신으로 끈끈한 공동체를 만들어 온 사람들. 다음 세대의 행복을 묻는다면 이제 아이슬란드의 낙천주의자들을 만나 보자.

    아이슬란드를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모두가 걱정 없는 사회를 함께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나라”다. 9세기에 일단의 바이킹들이 자유를 찾아 이 화산섬에 정착한 이후, 이들은 가장 오래된 의회 시스템을 통해 민주적인 공동체를 끊임없이 실험해 왔다.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되어 질 높은 노동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아이들은 입시 경쟁 대신 일찍 자립하여 삶을 꾸려가는 법을 배우며, 출산과 육아를 지원해주는 정책 덕분에 출산율이 높다. 사회적 신뢰가 잘 작동할 때 개인의 삶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 책은 생생한 인터뷰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알차게 소개하였다.

    아이슬란드 라이프스타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예술. 저자의 아이슬란드인 가족, 친구들, 결연 가족과 예술가들이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풍부한 사진도 이 책의 재미. 동화에 나올 법한 숲 속 전원주택, 심플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싱글 여성의 아파트, 동네 미술관, 레코드숍, 서점들을 통해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문학과 음악, 예술에 대한 깊은 사랑을 만나볼 수 있다.

    동네마다 있는 온천 수영장, 숭어 낚시, 장엄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빙하와 숲이 어우러진 국립공원, 마을 미술관과 다양한 문화 공간,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백야 속의 록페스티벌 현장을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색다르게 느껴보자. 부록에서는 아이슬란드 링로드 일주 캠핑 코스, 여행할 때 알아두면 좋은 팁,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가볼 만한 곳들을 함께 실어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에게도 참고가 되도록 꾸몄다. 또 아이슬란드에서 단기, 장기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조언과 아이슬란드어 발음을 배워보는 코너도 수록했다.

    책 속으로

    아이슬란드가 7년 만에 금융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대외적 평가를 받은 비결을 물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시스템이 효과를 잘 발휘했고, 긴축을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IMF식을 따르지 않고 병원 등 현장을 방문하고 토론을 거쳐 긴축 재정 의견을 수렴한 다음 진행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동시에 많은 이들이 '세따 렛다스트(다 잘 될 거야)'와 확장된 가족애를 핵심 비결로 들었다.
    파산한 아이슬란드 은행 란스방키가 외국에 진 부채 40억 유로 (당시 아이스세이브라고 불린 고금리 예금)는 아이슬란 성인 인구로도 모자라 미래의 자손들까지 갚아야 할 액수였다. 시민들은 아이들에게 빚을 물려줄 수 없다고 저항했다. 모르겠지만, '세따 렛다스트'였다. 북반구의 쿠바가 될지도 모른다며 빚을 갚자고 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 4월, 2011년 3월 두 차례에 걸친 국민 투표를 통해 갚지 않는 쪽이 더 많이 득표했다. 국민들의 59%가 '세따 렛다스트'라고 한 것이다. 결국 아이스세이브 사안은 유럽자유무역연합EFT으로 넘겨졌다.2013년 1월 28일, 놀랍게도 유럽자유무역연합은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40억 유로를 영국과 네델란드에 갚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다 잘 될 거라는 정신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한 아이슬란드의 이야기는 유명해졌다. 물론 이런 막무가내 정신은 제데로 작동한 사회 안전망을 믿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89~90쪽

    예술은 돈 안 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슬란드가 어떻게 예술을 지원하는지 보자. 루리가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할 당시 아이슬란드에는 창작 지원제도가 많이 부족했다. 그랬기에 창작자들에게 월급을 주고 교육과 연계하여 예술을 고무하는 네델란드에 자리잡은 작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아이슬란드 예술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늘려 왔다. 6개 창작 부문(시각예술, 연주, 작곡, 문학, 연극, 디자인)에 종사하는 창작자들에게 매월 급여를 주는 제도가 확대되었다. 창작자들은 3개월부터 18개월까지 신청한 기간 동안 급여를 받는다. 개월수로 따지면 1,606개월분이다. -138쪽

    박혜정 지음 | 윤미미 사진 | 옐로브릭 | 302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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