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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어느덧 쉰 하나, 이젠 오래 남는 작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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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경구 "어느덧 쉰 하나, 이젠 오래 남는 작품하고 싶다"

    [노컷 인터뷰] '불한당' 한재호 역 배우 설경구 ②

    17일 개봉하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재호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 주]

    '오아시스', '박하사탕', '공공의 적', '그놈 목소리', '싸움', '해운대', '감시자들' 등 여러 작품에서 자신만의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설경구는 올해쉰 한 살이 됐다. 데뷔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설경구는 여전히 "더 열심히 하자"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이었다. 한 분야를 20년 넘게 파면 '장인'이라고 하는데, 정작 자신은 '꺼낼 카드'가 없다며 몸을 낮춘다. 그래서일까. 앞으로의 목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를 하는 것이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에서 교도소 실세를 넘어 범죄조직의 1인자를 꿈꾸는 한재호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를 만났다. 편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가 쓴 모자에 달린 노란리본이 눈에 띄었다.

    (인터뷰 ① '불한당' 감독, 설경구에 '웃어주세요'라고 주문한 이유)

    ▶ 임시완과의 액션 연기 합은 어땠나.

    액션은 시완이가 많이 한 것 같다. 저는 (교도소에서) 몸싸움한 거랑 최선장이랑 싸울 때 한 줄 거든 정도다.

    ▶ 재호 입장에서 보면 현수(임시완 분)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현수 엄마를 죽이는 설정이 꼭 들어갔어야 하나 싶다.

    그때까지는 완전히 믿지 않았다. 현수를 엮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뒷조사를 하는 중이었다. 저도 그 얘기는 많이 했다. 엄마를 꼭 죽여야 하느냐는 얘기를. 감독에게 (그 장면이) 불편하다고 했었다.

    ▶ 재호의 대사 중에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라는 게 있다. 이 대사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자기 자신한테 하는 이야기면서 현수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뒤통수 치고 뒤통수 맞는 게 인생이라는.

    ▶ 실제로는 상황을 믿나, 사람을 믿나.

    상황을 믿어야 할 때가 있고 사람을 믿어야 할 때가 있다. 영화 준비하면서도 이 말을 써 본 적이 있다. 촬영이 늦어지면서… (웃음)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라 하고. (영화를) 정치판에 대입시켜도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깡패가 아니라 정당 얘기여도, 정치 얘기를 해도 맞을 것 같더라. 만나서 뒤통수 치고 하는 게.

    ▶ 대사를 토씨 하나 안 틀린다고 하던데.

    감독님이 그렇게 말했나? (웃음) 그건 아니다. 그게 칭찬인가? (웃음) 아이디어가 없어서 그렇다. 희원이나 경영이 형이나 재밌는 의견을 많이 내는데 저는 애드립이 생각날 때 할 뿐 굳이 찾아서 하진 않는다. (대사 치기가) 너무 불편하지만 않으면 되도록 써 준대로 하려고 한다. 아, 이번 영화에서는 제 대사는 많지도 않다. 영화 자체가 대사 많은 영화가 아니기도 하고.

    17일 개봉하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재호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불한당'이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이번에도 칸에 방문한다고 밝혔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예전에 갔을 때는 사실 레드카펫에 서는 것 좋아하지도 않는데 남들이 칸, 칸 하니까 배우로서 밟아보겠다 하고 간 것이었다. 그땐 이창동 감독님만 쫓아다녔다. 이번에는 그래도 처음에 갔을 때 그 어리바리했던 것보단 낫지 않을까.

    ▶ 임시완은 칸 입성이 처음인데 선배로서 가이드해줘야 하지 않을까.

    제가 뭘 안다고 알려주나. (웃음) 기자분들이 (칸 영화제에 대해) 더 잘 알지 않나? 시완이는 아마 좋은 건지 뭔지도 모를 거다. 그래도 그 친구는 (공식석상에 서는 것에 대해) 몸에 배어 있는 쇼맨십이랄까 그런 게 있더라. 전 아직도 없는데. (웃음)

    ▶ 그동안 작품을 꾸준히 해 왔지만 설경구의 작품 선택 안목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잘 골라라, 그런 얘기는 아마 망했던 영화들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제 문제다. 너무 쉽게 연기를 대했던 것 같다. 거기에 대해서는 근래에 통렬히 반성하고 살았다. 1~2년 전에 많이 괴로웠다. 되게 힘들더라. '아, 이렇게 내려오는 건가?', '이제 그만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

    극복 중이다. 더 고민해야죠.

    ▶ 슬럼프 이후 배우로서 어떻게 해야겠다고 새롭게 마음먹은 것이 있나.

    더 열심히 하자는 거다. 뭐든 20년 넘게 하면 장인이라고 하는데 저는 할 게 없다. 꺼낼 카드가 없다. 나이 먹을수록, 작품할수록 내보일 카드가 없다 솔직히. 그러다고 마냥 (시나리오를) 기다리기도 힘들고. 2000년대 초반 시절이 (작품 내용이) 다양해서 좋았던 것 같다. 그 시절이 그립다. 영화하면서 이런 말하면 안 되긴 하는데 (요즘은 영화들이) 비슷하다. 캐릭터도 비슷하고. 그나저나 이제 제게는 (작품이) 1차로 안 올 걸요. 처음으로 오진 않을 거다. 그래도 감독님들이 많이 계시니까 걸러걸러서라도 작품이 오지 않을까.

    ▶ 올해 벌써 쉰이 됐다.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나.

    아, 쉰 하나다. (출생) 신고를 늦게 했다. (웃음) 저는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이제 좀 남는 작품을 하고 싶다. 나이 말씀하시니까,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고 싶다. 이창동 감독님하고도 하고 싶고. 앞으로도 저는 계속 갈 거다. 여운이 남는 작품을 하기 위해. 극장에서 보고 치우는 영화 말고. 단 하루라도 생각이 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이창동 감독님이 나를 부르셔야 하는데… (웃음)

    ▶ '불한당'이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의미까진 모르겠고요. 그냥 다른 톤의 범죄영화, 차별화된 범죄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범죄액션 영화라고 하면 그냥 극장 나오면서 잊어버릴 수 있지 않나. 욕심이라면 좀 여운을 남기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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