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인도적지원의 재개를 촉구해온 대북지원민간단체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지원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화와 협력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북지원의 법제화가 가능해질지 관심이다.
지난 20년간 우리의 대북인도적 지원은 북한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남북한 간 교류와 통합의 장으로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정치적 상황이 변할 때마다 인도적 지원은 부침을 거듭해왔다.
지난 해 10월 두만강변에 대규모 홍수가 났을 때에도 민간단체들은 긴급구호활동이 절박하다고 호소했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직접적인 지원이 어려웠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이제훈 회장은 "북민협 회원단체들이 직접 지원이 어려워 성금을 모아 국제적십자를 통해 우회지원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돕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북지원단체들은 민간의 대북 인도적지원이 정치적 상황에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독립성과 자율성의 법적 보장을 촉구해왔다.
오늘(15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등 관련단체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마련한 '새정부의 대북지원 정책방향 토론회'에서도 남한의 체계 불안정과 국가의 정략적 개입 등으로 대북지원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법적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그간의 법 정비와 함께 대북지원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원칙에 적합한 독자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민간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북지원사업과 관련해서는 남북관계발전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이 근거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 의한 제한적 지원에 그치고 있을뿐 아니라 인도적지원에 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대북지원에 관한 개별이행법률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55개 대북지원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북민협은 현재 이인영 의원 등과 함께 대북지원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담보할 것을 강조한 남북한 간 인도지원과 개발협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특히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남북한 간 신뢰 구축을 통한 관계개선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법 제도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심재권 의원은 국회가 남북협력에 있어 국회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남북협력, 대북정책 관련 법제화를 통해서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돌발적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해 나간다면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꽉 막혔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안정적인 활동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