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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의 고백 "드라마의 매력을 너무 알아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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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아성의 고백 "드라마의 매력을 너무 알아버렸어요"

    [노컷 인터뷰] '자체발광 오피스' 은호원 역 배우 고아성 ②

    지난 4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주인공 은호원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 (사진=이한형 기자)

     

    지난 4일 종영한 MBC '자체발광 오피스'는 길어야 6개월밖에 살 수 없는 '시한부'라는 것을 알고, 101번째로 도전한 마지막 회사에서 '할 말 다하는' 계약직 사원 은호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은호원은 주인공인 만큼 극중 등장인물들 거의 모두와 인연을 맺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조합은 첫 만남에서부터 삶의 가장 밑바닥을 알게 된 은장도(은호원-장강호-도기택)다.

    엄마의 등쌀에 높은 스펙은 쌓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면접만 가면 떨어지는 장강호(이호원), 희망이 없다며 3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져 자살을 기도한 고시생 도기택(이동휘), 은호원은 우연히 '하우라인'의 3개월 계약직 신입사원으로 다시 만나고, 끈끈한 우정을 쌓아간다.

    또한 동경과 호감을 품었던 의사 서현(김동욱 분)과 스펙지상주의자이지만 원리원칙을 지키는 서우진(하석진 분)과의 러브라인도 드라마의 볼거리 중 하나였다.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고아성을 만났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들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놨다.

    (노컷 인터뷰 ① 고아성 "은호원, 제 끼를 다 펼칠 수 있었던 역할")

    일문일답 이어서.

    ▶ '은장도' 트리오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배우들과의 호흡이 어땠는지.

    '은장도'는 너무 소중한 인연이었다. 너무 애잔한 관계이지 않나. 한강다리에서, 벼랑 끝에서 만난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가장 밑바닥을 서로 마주치고 시작한 것이니까. 이후 같은 회사 동료로 있으면서 돈독해지는 걸 보면서 은장도 역할에 정말 정이 들었다. 극을 벗어나서 현실로까지 소중한 인연이 되었고. 호원이 연기하면서 '회사에 만약 이런 동료가 있다면 얼마나 감사할까' 생각했다. 이런 인연을 만나서 너무 감사하다. 촬영하면서도 많은 힘이 됐다.

    ▶ 극중 '은장도'처럼 단짝으로 지내는 연예인들도 있나.

    물론 있다. 작품 끝나고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자체발광 오피스'에서는) 꼭 은장도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도 호흡이 좋아서 실제로 친하게 지냈다.

    ▶ 극중 은호원은 처음에 서현을 좋아하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 서우진에게 심장이 쿵쾅거리더라. 사랑에 빠지는 과정 묘사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일단 서현과의 첫 만남이 반한 채로 시작이 됐지 않나. 그런데 서우진 부장님과의 로맨틱한 관계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 둘(두 가지 감정)을 어떻게 구분할까 되게 고민 많이 했다. 서현 의사선생님은 이성적으로 좋아하기보다는, 존경의 의미도 있고 팬심 같은 개념이었다.

    배우 고아성 (사진=이한형 기자)

     

    ▶ 하석진, 김동욱과 연기한 소감도 궁금하다.

    이 드라마가 초기에는 러브라인이 없었다. 예전에 본 설문조사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에서 가장 몰입에 방해되는 요소를 물었는데, PPL과 어색한 연기, 막장 전개 등 아주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갑작스런 러브라인'이 1등을 차지했다. 전 좀 충격이었다. ('자체발광 오피스'에) 러브라인이 없다고 해서 이번 작품에서 (갑작스런 러브라인에 대해 내가) 조심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테스트 촬영하고 나서 '있어야겠다'고 하시더라. (러브라인의) 균형은 하석진 배우님이 정말 잘 잡아주신 것 같다. 서현과 은호원도 특별한 관계가 있었다. 마무리하는 장면도 너무 좋았다. (제가 서현에게 한) '고마웠다고 하고, 방어적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도 전 좋아했을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냥 좋아하시면 된다'고 한 말이 저한테도 깊이 와 닿았다. 그때 서현의 모습이 굉장히 쓸쓸한데, 그런 연기를 잘 표현하셔서 실제로도 김동욱 배우님에게 존경심이 생겼다.

    ▶ 실수투성이라 크고 작은 소동을 벌이면서도 은호원은 서우진에게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쓸모'는 무엇일까. 혹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제가) 쓸모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배우들은 각자의 길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분류가 될 수는 있어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쓸모있는 사람'의 기준은 없는 것 같다. 배우로서 저는 그냥, 묵묵하게 좋은 작품 많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자체발광 오피스'는 계약직 중에서도 2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 그의 애환을 녹여낸 작품이었다.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도 승진에서 늘 밀리는 조석경 과장 등의 캐릭터 등 좀 더 차별받는 '여성'의 위치가 잘 나타나 있는데, 혹시 연예계에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불리한 점을 경험한 적이 있나.

    그건 좀 작품마다 다른 것 같다, 직업 특성상. 작품마다 역할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좀 더 다채롭고 입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드라마 쪽에서 기회가 더 많은 것 같긴 하다. 저도 이런 문제를 겪으면서 친한 여배우들이랑 이야기를 되게 많이 나눴다. 만약 한국영화에서 (남자들 위주로 나오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고. (얘기 나눈 분은) 저보다 (데뷔한 지가) 훨씬 더 오래된 분이었는데 어쩔 수 없는 흐름이란 게 있다고 하시더라. 90년대 후반만 해도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 등 멜로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았나. 멜로 영화 붐이 있었는데 그게 정말 끝나지 않을 것처럼 했지만 결국 끝났다는 거다. 이후 조폭 영화가 나왔고 지금은 경찰 검찰 이야기가 나오고. 어떻게 빨리 노력해서 바꿀 수 있다면 좋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그 배우분이 '기대는 낮추되 희망은 버리지 말자'고 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 쉴 때는 주로 무얼 하나.

    모르겠다. 드라마 끝난 지 12일 정도 됐는데 너무 연기하고 싶어 죽겠다. 이 시기가 정말 힘든 게,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서 밥을 먹다가도 '그 장면을 왜 그렇게 안했지?' 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너무 연기하고 싶어 죽겠다. 아마도 빨리 작품을 하게 되지 않을까.

    배우 고아성 (사진=이한형 기자)

     

    ▶ "너무 연기하고 싶어 죽겠"다고 했는데 차기작은 언제쯤 하게 될까.

    (영화든 드라마든) 매체는 잘 가리지 않는데 (이번에) 드라마의 매력을 너무 알아버렸다. (기자 : 현장의 유쾌함과 활기참 때문인가) 네. 대담해지는 게 있더라. 회를 거듭할수록 같이 호흡하는 배우들과 익숙해졌다. 영화보다는 연기를 훨씬 더 많이 하기도 했고. 1주일에 3시간 분량을 만드니 영화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연기량이 많다. 한 5배 정도 될까. 그러다 보면 대담해지는 게 있다. (기자 : 연기할 때의 다양한 시도를 의미하는 건가) 그렇다. 은장도 씬뿐 아니라 (다른 장면에서도) 애드립이 많았다.

    ▶ 배우들은 쉴 때 작품을 몰아본다고들 하는데, 최근 인상깊게 본 작품이 있나.

    '나, 다니엘 블레이크'요.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얼마 전에 비행기에서 보면서 내내 울었다. 갈 때 보고 올 때도 한 번 더 봤다. 너무 잘 만드는 것 같다. 배우들이 다 연기 처음하시는 분들이라고 들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 학교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졸업했나.

    한 학기 남았다. 지난 학기에는 다녔고 지금은 휴학 중이다.

    ▶ 드라마가 종영했으니 쉬는 기간이 생길 텐데,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저는 공백기를 잘 보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작품을 할 때는 되게 갇혀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작품과 관련된 것만 보게 되니까. 하지만 작품을 안 할 때는 평소에 잘 못 느꼈던 것도 느끼고 사람들도 눈에 들어온다. (공백기에는)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제가 얼마 전에 한 영화의 GV에 갔는데 "영화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쪼'(연기 톤)라는 게 있지 않나. 그런 것도 없애고 아예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랬더니 류현경 배우님이 그러는 거다. "아예 새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건 욕심 같다"고. 어떻게 하든 연기는 각자 배우 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그래서 저도 최대한 다채롭게 느끼면서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 다채롭게 사는 기회가 공백기에서 온다. 많은 자극도 받고. '나, 다니엘 블레이크'도 작품 중에 봤으면 그만큼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자극을 많이 경험하며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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