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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인했던 차별과 혐오가 이런 죽음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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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인했던 차별과 혐오가 이런 죽음을 가져왔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 ②] 1년 후, 다시 모인 목소리

    17일 오후, 서울 신논현역~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 추모제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어느덧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1주기를 맞았다. '여성이기에' 죽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 안의 두려움을 용기 있게 발화한 여성들 덕에, 강남역 10번 출구는 '여성의 연대'가 머물렀던 자리로 재발견됐다. CBS노컷뉴스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의 의미를 짚고, 사건 이후 페미니즘이 보다 활발하게 논의돼 자연스레 일상 속에 들어온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묻지마 범죄'가 아니다
    ② "묵인했던 차별과 혐오가 이런 죽음을 가져왔습니다"
    <계속>

    2016년 5월 17일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는 단순히 서울 지하철역 출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서울 강남 한복판 번화가에서도 '여성'이라는 점이 이유가 되어,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흉기로 수차례 찔려 죽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때문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밤길의 공포, 혹시나 지나가다 맞거나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함, 마음놓고 살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불만, 실존하는 여성혐오와 불평등을 자꾸만 지우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한 억울함, 피해자에 대한 애도까지… 각자의 목소리가 담긴 포스트잇은 강남역 10번 출구를 뒤덮었고, 이곳은 '추모'의 장소로 거듭났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였던 17일, 서울 강남 신논현역 부근에서는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 추모제가 열렸다. 검은 옷을 입고 흰 국화를 든 참석자들은 행진 후 강남역 10번 출구로 가 포스트잇을 붙이고 헌화를 했다. 현장의 포스트잇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 놓인 포스트잇과 흰 국화 (사진=이한형 기자)

     

    "여성혐오 성차별 제발 그만해"
    "당신은 나고, 나는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나는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생존자가 아닌 삶을 위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성을 보호하지 마세요. 보호받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동참하세요."
    "왜 우리는 당연한 권리를 희망해야 하는가"

    "우리의 문제의식과 상식이 행동이 되는 그날까지"
    "당신은 저의 빨간약입니다. 예전으로 돌아갈수도 가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1년을 더 살아남았지만 죽음과 다름없는 공포에 살았습니다. 나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지, 죽여도 되는 여성으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평등해지는 그날까지 끝까지 불편하겠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건전한 논의가 오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남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입고, 쓰고, 하고 내가 어느 시간에 어디를 걸어도 누구도 나를 해치지 않는 세상에서 그저 나로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오늘도 살아남은 나는, 내가, 우리가 자유롭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설치고 말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명백한 혐오범죄를 정신질환자 탓으로 돌리는 이곳은 2017년 대한민국"
    "어쩔 수 없는 것->바뀔 수 있는 것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지난 일 년 동안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하지만 당신은 없다. 잊지 않겠다."
    "나와 내 친구들이 숨쉬듯이 마주하는 혐오들이 더 이상 당연한 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수천 송이 꽃을 들고온들 당신 한 송이만 할까."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수많은 포스트잇 (사진=김수정 기자)

     

    "내가 아닌 당신이 살았을지도 모를 오늘"
    "스스로를 변호할 시간에 함께 분노하라. 그것이 가장 강한 자기변호다."
    "더 이상 우리에게 성차별 없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페미사이드입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일상의 변화, 생존을 위한 용기를."

    "STOP MISOGYNY"
    "강남역 사건. 내 여친, 여동생이 걱정되시나요. 그게 당신이 누리는 삶의 안전이란 특권."
    "죽을 걱정 없이, 맞을 걱정 없이 살아갈 날을 기다리며"
    "우리가 있는 모든 곳이 강남역입니다. 각자의 강남역에서 잊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묵인했던 차별이, 묵인했던 혐오가 이런 죽음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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