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18일 오후 항소심 2차 공판을 마친 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선처를 희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29·피츠버그)의 올 시즌 메이저리그 복귀가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김종문 부장판사)는 18일 강정호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징역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야구에서 합의 판정인 경우도 첫 번째 판정을 비디오 판독해서 그게 불분명하다면 원칙적으로 1심의 판정을 존중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사건도 여러 양형 조건 등을 종합하면 1심의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유지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은 이미 1심에서 양형에 반영됐다"며 "음주 운전으로 두 차례 벌금형을 받고도 다시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주한 점 등 불리한 정상이 있는 만큼 1심의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술을 마신 뒤 차량을 운전하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84%로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였다.
강정호는 사고 이후 경찰조사 단계에서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이력이 드러났다. 결국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가 취소됐다.
당초 검찰은 강정호를 벌금 1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정식 심리를 통해 양형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재판으로 넘겼다.
이 과정에서 강정호 측의 행동도 문제가 됐다. 강정호 측은 징역형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벌금형을 포함한 내용을 비자 신청서에 담았다. 그러나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허위사실로 비자를 신청한 셈이 됐다. 결국 미국 대사관도 1심 판결 이후 강정호의 취업비자 갱신 신청을 거부했다.
재판부가 2심에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함에 따라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복귀가 불투명해지면서 야구인생 최대위기를 맞았다.
'앞으로 강정호가 이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진=노컷뉴스DB)
우선 비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미국 무대로 넘어갈 수 없다. 소속구단인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강정호의 팀 복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2014년 4년 계약을 맺고 피츠버그의 유니폼을 입은 강정호는 두 시즌을 소화했다. 세 번째 시즌은 이미 개막했다. 사실상 그에게 보장된 시즌은 2018시즌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피츠버그가 언제 돌아올지 모를 강정호를 계속 묶어둘지도 미지수다. 구단은 현재 강정호를 제한선수 명단(Restricted list)에 올려둬 급료를 지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까지 이 상태로 묶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정호가 피츠버그로부터 방출을 당하더라도 한국으로의 복귀 또한 여의치 않다. 강정호는 현재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인 탓에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음주운전과 관련한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팀 이적이 자유로운 상태가 돼 한국 무대로 돌아올 가능성이 생긴다면 KB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는 현재 KBO리그에 임의탈퇴 신분으로 묶여있다. 때문에 한국 무대 복귀는 전 소속팀인 넥센 히어로즈밖에 없다.
징계수위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불법 원정도박을 일으킨 임창용(KIA)이 받은 시즌 50% 출장정지보다 높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