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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어린이 눈높이로 만나는 '조각가 로댕'

    노성두의 '로댕: 흙에 생명을 불어넣은 조각가'

     

    '로댕: 흙에 생명을 불어넣은 조각가'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명작 감상책이다.젖은 점토에 예술적 상상력으로 생명을 불어넣었던 천재 조각가 로댕의 작품과 삶! 작품 설명과 더불어 미술놀이를 함께 체험하며 조각에 대해 이해해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일대 소란이 일어났어. 도자기처럼 매끈하고 사랑스러운 전시품들이 즐비한 가운데 머리가 떨어진 몸뚱이 하나가 뚱딴지같이 뚜벅뚜벅 걸어 다니고 있었으니 말이야. 사람들은 야유하고 조롱했지. 대체 저 머리 없는 괴물을 과연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그때 로댕이 단호하게 말했어. “걷는 사람이 두 다리면 됐지, 머리가 무슨 소용인가요?” 새로워서 그 시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로댕의 작품 세계로 너희들을 초대할게. 로댕의 작품을 보면 흙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느낄 거야.

    로댕은 빛과 그림자를 표현할 수 없다는 조각의 한계를 극복한 위대한 조각가이다. 로댕은 회화의 고유한 전유물이던 빛과 그림자를 조각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더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또한 사고로 파괴되고 남은 조각의 일부에 불과하던 토르소를 애초부터 팔다리나 머리가 없는 작품으로 만들며 토르소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로댕을 ‘토르소의 발명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로댕은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 내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더욱 분명하게 조명하며 그의 남다른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한편 로댕은 그의 대표적인 토르소 작품 '걷는 남자'를 비롯해 '한때는 아름다웠던 투구 제작자의 아내' 등을 통해 아름다운 것만을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던 근대의 미술 작가들과 달리 추한 것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주며 현대 조각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볼 수도 잡을 수도 없고, 맛도 냄새도 없고, 소리도 나지 않는 ‘생각’을 조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로댕은 지옥을 순례하고 돌아온 시인 단테의 기억 속 그림자를 청동 조각 '생각하는 사람'으로 표현해 냈다. 그렇다면 조각가는 어떻게 형태에 생명을 불어넣고, 또 감정을 만들어 낼까? 로댕은 재료의 성질과 무게와 크기, 표면의 질감, 날카롭거나 완만한 형태와 경계선, 덩어리로 연결되는 내용의 뭉침과 흩어짐, 빠르거나 느린 줄거리의 진행 속도, 조형이 수용하거나 퉁겨내는 빛의 흐름,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그림자의 농도차를 수없이 관찰하고 비교하며 자신의 결과물을 상상하고 변형시키고 개선하며 젖은 점토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로댕은 스스로를 ‘창조하는 조각가’로, 태초에 점토를 빚어서 첫 인간 아담을 빚어낸 창조주를 ‘신성한 조각가’라고 불렀을 정도로 창조와 표현에 공을 들인 작가다.

    '생각하는 사람''신의 손' '대성당'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로댕은 예술의 분야에서 동시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천재의 대표적 예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한 기념비적 조각인 '칼레의 시민'은 그 조각의 예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낮은 좌대의 높이 때문에 심각한 비판을 받았고, 평생 동안 대지를 밟으며 대화했던 농부의 억센 두 다리가 표현된 '걷는 사람'은 발표 당시 '대체 저 머리 없는 괴물을 예술이냐'고 수군댈 정도였다. 그러나 로댕은 단호하게 '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주장하며 현대 조각의 길을 열었다.

    이 책에서는 새로워서 그 시대 사람들을 놀라게 한 로댕의 작품들과 이후 현대 조각의 출발점으로 많은 예술가들에 영감을 준 로댕의 작품 세계를 5개의 장으로 나눠 살펴본다. 그밖에도 조각과 회화의 차이는 무엇인지, 흔히 조각 작품 아래 적힌 설명으로 볼 수 있는 ‘석고의 색칠’은 무엇인지, 조각 재료 중 청동과 대리석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 조각에 대한 기본적인 미술 상식도 함께 알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로댕의 작품을 보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대표작과 관련된 다양한 미술놀이를 소개하고 있다. 로댕의 작품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석고붕대와 한지를 이용한 가면 만들기를 통해 표현할 수 있고, 조형적 요소와 회화적 요소가 혼합된 석고 부조 회화를 만들며 회화와 조각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흙으로 움직임 표현하기, 재활용품으로 미술작품 만들기, 부분으로 전체 모습 상상하기 등 흥미로운 활동도 함께 다루었다.

    꼭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만 예술일까? 로댕은 추한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했어. 우리도 아름다워야만 예술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로댕처럼 표현해 보는 건 어때? 우리 주변에 있는 못 쓰는 재활용품들도 예술 작품의 재료가 될 수 있어. 재활용품을 이용해 가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어보자.


    노성두 글 | 백종훈 미술놀이 | 다림 | 120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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