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성지순례’ 하면 성서의 배경이 됐던 해외 유적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에는 한국 근대 기독교 역사를 순례하는 국내 성지순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라남도 순천시는 호남 기독교 100년의 역사를 품은 선교 유적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함께 보유해 국내 성지순례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라남도 순천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순천시 북쪽에 위치한 난봉산 줄기에 자리 잡은 언덕인 '매산등'은 1910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에 의해 매산학교가 들어선 이후 호남 동부지역 기독교 전파의 산실로 자리 잡은 곳이다.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주택과 병원 등 7동이 남아 있으며, 그 중 5동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선교사 거리’로도 불린다.
'선교사 거리' 초입에 위치해 있는 '조지와츠 기념관'은 1925년 무렵 당시 순천 선교부의 재정 후원자였던 조지와츠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한 건물로, 한국인교회 지도자 양성을 위한 '보통성경학원'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등록문화재 제 127호로 지정된 이 건물의 1층은 휴 린튼 선교사 부부가 결핵 환자들을 위해 세운 기독진료소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2층과 3층은 한국기독교선교역사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순천시 매곡동 '선교사 거리' 초입에 위치한 조지와츠 기념관.
선교역사박물관은 2004년 1월에 개관해 사진전시실, 생활유물전시실, 등대선교회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00년대 초반 선교사들의 선교 모습을 담은 사진 300여 점과 린튼 선교사와 그의 가족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 등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마당에는 전남 선교의 선구자인 유진 벨 선교사의 부인 로티 벨 선교사의 묘비를 비롯해 여러 선교사들의 기념비와 순교한 성도들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조지와츠기념관 마당에 늘어선 선교사 기념비.
선교역사박물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는 한국 기독교 전래과정과 호남 동부권의 선교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한국 근대사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호남 선교 역사를 다양한 서적과 집기류, 시청각자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 외경.
이곳을 찾은 나은식 목사는 “신앙이 우리에게까지 이어진 것이 그냥 이어진 것이 아니라 선교사들의 수고와 순교의 피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 가슴 속에 참 많이 남았다”며, “목회하면서 이 땅의 선교 역사들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 지 깊이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역사박물관 주변으로는 미국 남장로교에서 설립한 교육시설 건물인 ‘매산관’과 선교사 가옥인 ‘프레스턴 가옥’ 등 기독교유적과 자리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순례길을 따라 모두 도보로 만나볼 수 있다.
또 역사박물관에서는 전문 해설사에게 선교 유적지를 돌며 해설을 받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도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주차장에서 시작해 중앙교회, 조지와츠기념관, 매산중학교 매산관, 매산여자고등학교, 프레스턴 가옥,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 코잇주택, 안력산병원 경리병동, 매산고등학교를 돌아보는 코스다.
순천시 매산등 기독교 유적 코스. (출처=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 자료집)
순례길 개발에 참여한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최석호 소장은 “18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 남장로교의 호남 선교의 역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라며, “호남 곳곳에서 있었던 순교 신앙의 길을 다시 걸으며 신앙의 정체성을 회복한다면, 한국교회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선교 황금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순천 순례길을 통해 130년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우리 삶의 흔적들을 찾아가고 감탄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의식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순천시가 기독교선교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순례길 개발에 나서면서 순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