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서울역사 쪽에서 바라본 서울역고가와 슈즈트리(사진=김광일 기자)
서울역고가 '서울로 7017'에 달린 설치예술 '슈즈트리(Shoes Tree)'를 두고 고가를 찾은 시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슈즈트리는 헌 신 3만여 켤레를 길이 100m·높이 17m로 이어붙인 작품이다. 20일 전면 개방된 서울역고가 위쪽에서부터 구 서울역사 앞까지 흘러나오는 모습으로 설치됐다.
세계 최대 정원박람회인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2년 연속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은 황지해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슈즈트리를 만들어 재능기부한 황지해 작가(사진=정석호 수습기자)
황 작가는 20일 오후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차도였던 서울역고가는 이제 사람이 발로 걷는 곳이 됐다"면서 "'걷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신발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극대화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 신은 어떻게 보면 재활용도 못 하는 폐기물인데 이걸 작품에 사용해 환경보존에 대한 얘기도 하고 싶었다"며 "고가 자체가 하나의 큰 나무라면 슈즈트리는 거기서 뻗어 나온 줄기"라고 설명했다.
서울역 고가도로 ‘서울로 7017’이 개장한 20일 오후 시민들이 흉물논란에 휩싸인 조형물 ‘슈즈트리’ 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고가 위·아래에서 슈즈트리를 바라보던 시민 상당수는 헌 신을 소재로 한 슈즈트리가 흉물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전에서 온 배희수(47) 씨는 "모양이나 색도 그렇지만 신발 끈들이 쳐져 있어 조금 을씨년스럽다"면서 "흉측해 보일 뿐 아니라 가까이선 냄새도 난다"고 혀를 찼다.
차혜실(57) 씨는 "취지는 좋지만 우중충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면서 "서울역에는 관광객도 많이 오니까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슈즈트리를 보기 위해 일부러 고가를 찾았다는 하모(70) 씨의 경우 "화사한 꽃이나 식물을 설치하면 되는데 왜 신발로 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비 와서 신발에 물이 고이면 썩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김광일 기자)
물론 실제로 보니 무척 아름답다며 예술적 가치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파구에서 온 김종준(45) 씨는 "흉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왔는데 중간중간 심어진 꽃과 어우러져 아름답더라"라며 "이제 서울역을 떠올리면 '재생'이라는 이미지를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새보미(23) 씨 또한 "얘기 듣던 것과 달리 실제로 보니 너무 예쁘게 돼 있어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황 작가는 "시민들께서 낯설어하실 수도 있겠지만 '추한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관점을 열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