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사진=자료사진)
5·9 대선이 끝나자 마자 자유한국당이 당권 경쟁 체제로 돌입한 모양새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번주 전당대회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내 상황이 급물살을 타면서 미국에 머물며 당권 도전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귀국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 한국당, 이번주 전대시기 결정…홍준표 對 친박 구도 가시화지난 19일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번 주에 본인의 거취 문제와 전당대회 시기를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제 임기가 끝나지 않았다"며 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끝난 뒤에 당 개혁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정 대행 주변에서도 "(정 대행 본인이) 당장 직을 그만두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 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대까지는 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제는 사퇴 후 당권 도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 기류다. 만약 정 대행이 사퇴하면, 한국당은 전당대회를 관리할 원내대표부터 새로 뽑게 된다.
이렇게 되면 원내대표 선거가 곧 대표 선출의 전초전 성격을 띄면서 경쟁이 조기에 가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홍 전 지사와 친박계의 당권경쟁은 가시화 된 상황이다. 홍 전 지사는 친박계를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구(舊) 보수와의 결별을 주장했고,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낮술을 드셨냐"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경쟁은 감정싸움 수준으로 비화하고 있다.
범(凡)친박으로 분류되는 정 대행도 "대선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던 사람들은 자중하거나 정계은퇴를 했다"며 홍 전 지사를 견제했다.
◇'친박 불가' 기류 있지만…한국당의 딜레마현재로서는 친박계가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친박계 핵심부에서 조차 홍 전 지사에게 더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차기 지도부가 지방선거를 책임지게 되는데, 친박계가 다시 나서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만 해도 완전히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비박계에서도 당 개혁과 친박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직설적으로 나온다. 정진석 의원은 공식석상에서 당내 대구·경북(TK) 주주인 친박계를 겨냥해 "TK 자민련으로 남아서 대체 뭐 할 건가"라며 "보수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육모 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빠개버려야 한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다만 홍 전 지사에게 분위기가 확연히 쏠렸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립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이를 "한국당의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친박계가 나서면 개혁과는 동떨어지고, 그렇다고 대선에 패배한 홍 전 지사가 당 대표로 나서는 것도 국민들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우택 대행도 선거에 패한 지도부이기에 차기 대표로 적절한 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침묵하는 많은 의원들은 대안이 될 새 인물을 찾는데, 그런 인물이 없잖나. 그게 한국당의 딜레마"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재 홍 전 지사와 함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은 정 대행과 홍문종, 원유철 의원과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다. 이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만약 친박들을 중심으로 스크럼이 짜여진다면 아무래도 홍 전 지사 쪽으로 당내 여론이 쏠리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당내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지난 12일 미국으로 출국한 홍 전 지사의 귀국 시기도 앞당겨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홍 전 지사는 "한 두 달 푹 쉬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측근은 홍 지사가 이른 시일 내 귀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