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신임 정책실장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새 정부 경제정책 전반을 가다듬을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전격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라졌다가 이번에 되살린 정책실장(장관급)은 산하에 일자리·경제·사회 수석비서관과 경제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을 두고 문재인 정부 임기 전반의 경제정책을 설계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장 교수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한 경제학 석학이자 실천 운동가"라며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경제민주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한국경제에 대한 해박한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역대 정부와 정치권의 요청에 고사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공직을 맡게 됐다. 경제·사회적 양극화 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강조해온 재벌체제의 기득권 타파와 공공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운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내정하면서 재벌체제 해체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생태계 조성 등을 예고한 바 있어, 장 교수의 이날 정책실장 임명은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임기 초반 진보적 인사들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 대거 기용된 점을 감안한 듯,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는 '박근혜 가정교사'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임명해 균형을 맞추려 했다.
김 신임 부의장은 개혁적 보수성향 경제학자로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 등 기본 경제정책 틀을 만든 인물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 대통령은 "김광두 부의장은 개혁적 보수의 대표 인물이고 사실 저와 다른 시각에서 정치, 경제를 바라봤다"며 "하지만 이제는 경제문제에 있어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잡아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이 아니라 성장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신임 정책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인선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말 계획도 없었고 합의하지도 않았는데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한국 경제가 방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 틀을 만드는 것을 현실에서 실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구체적으로 경제정책을 실행할 부처와 (아직)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우선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공공 일자리"라며 "절대 다수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들어져야 하지만 공공부분에서 왜곡된 고용형태를 (먼저)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 참여해 경제정책을 자문했던 장 신임 정책실장은 그동안 어떤 공직에도 발을 담그지 않으면서 학자의 외길만 걸어왔다.
특히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던 정치권 제의도 단호하게 뿌리쳤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직접 전화를 걸어 중요 직책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고심 끝에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실장은 "최근 새 정부 인사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했다. 이 정부가 정말 무엇인가 변화를 일으키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것들이 제 마음을 흔들었고, 또 대통령이 직접 요청하는 데 뭐라 말하지 못하고 응답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