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취임 이후 세 번째로 기자들 앞에 나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외교부장관,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등의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향후 국가 주요 정책을 함께 논의하고 이끌어 갈 비중 있는 내각과 참모진 인사라는 뜻이다.
새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 큰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전 정부의 핵심 인사도 중용하겠다는 대통합 의지가 뚜렷히 묻어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최고 요직인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 2008년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이후 청와대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을 거쳐 기재부 차관 자리까지 꿰차는 등 'MB맨'으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초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임명되는 등 보수 정부의 엘리트 관료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김 부총리 후보자에 대해 "나와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청계천 판자집 소년 가장에서 출발해 기재부 차관을 역임해 서민들의 어려움에 공감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력과 조정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관료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덧붙이며 대탕평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직에 '박근혜 가정교사'라 불렸던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신임 부의장은 개혁적 보수성향 경제학자로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 등 기본 경제정책 틀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김광두 부의장은 개혁적 보수의 대표 인물이고 사실 저와 다른 시각에서 정치, 경제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잡아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이 아니라 성장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성 신임 정책실장 (사진=자료사진)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도왔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에 앉힌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성이자 비(非) 외무고시 출신인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외교부 장관에 지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비외무고시 출신의 외교부 첫 여성국장과 한국 여성 중에서 유엔 최고위직에 임명되는 등 외교 분야에서 '최초, 최고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외교 전문가"라며 강 후보자를 소개했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강 후보자 인선 직후 장녀의 미국 국적 취득 문제 등 국회 청문회에서 여야간 공방이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문제를 먼저 공개한 점이다.
조 수석은 "강경화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1984년 미국 유학 시절 출생한 장녀가 현재 미국 국적인 점과 고등학교 시절 한국으로 전학오면서 위장전입을 한 사실 등 두 가지를 확인했다"며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외교 역량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중요한 검증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투명하게 발표하자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장녀의 한국 국적 회복을 조건으로 달았다.
문 대통령의 능력 위주 대탕평 인사 원칙은 향후 예정된 본격적인 내각 구성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랫동안 공석인 법무부 장관 자리에 비(非) 검찰 출신을 넘어 비(非) 법조 출신이 발탁되거나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이 전격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국무위원 여성 비율을 30%에서 단계적으로 50%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한 만큼 여성 관료와 민간인의 정부 수장 발탁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