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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권태호 기자의 '느리고 불편하고 심심한 나라'



책/학술

    한겨레 권태호 기자의 '느리고 불편하고 심심한 나라'

    복거일 '기본소득 논란의 두얼굴'

     

    '느리고 불편하고 심심한 나라'는 한겨레신문 권태호 기자가 2000년부터 최근까지 한겨레 지면에 연재한 칼럼, 사내 통신망 쓴 뉴스메일과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엮어 펴낸 책이다.

    ‘지존파’에서 ‘도도맘’까지, ‘꽃분이네 가게’에서 ‘65세 소녀 박근혜’까지, ‘베테랑’에서 ‘5천 원짜리 치킨’까지, 그가 손을 대면 어떤 이야기든 공감의 메시지가 된다.

    그는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이게 상식에 부합한가”부터 물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분법적 대결의식이나 흑백논리는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 사람들을 질리게 만든다. ‘밀어내기’와 ‘편 가르기’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야비하고 천박한 심성이 ‘몰상식’과 ‘무경우’를 부추긴다. 권태호가 글을 쓰면서 넘어서려 했던 지점이 바로 여기다.

    책 제목 '느리고 불편하고 심심한 나라'는 2016년 5월 11일자 한겨레 칼럼 ‘느리고 불편해야 선진국이다’에서 땄다. 미국이나 유럽 등 잘사는 나라를 가면, 민간이든 공공이든 대부분 일처리가 느리고, 불편하다. ‘줄(queue)’을 서는 게 일상이다. 서비스요금(사람값)이 비싸 어딜 가나 사람 만나는 게 힘들고, 이미 탄탄한 시스템이 갖춰져 무엇 하나 과정을 건너뛰거나 쉽게 되는 게 없다. 그 과정에서 안전(security)과 공평(fairness)이 자리 잡는다.

    심심함은 이런 나라들의 또 다른 요소다. 사회가 안정되면 놀랄 만한 일이 잘 안 일어나고, 늘 예측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그날이 그날 같다. 심심해야 몸과 머리와 마음에 여유 공간이 생겨날 수 있고, 그래야 건강, 창의력, 관용이 좀 더 쉽게 생겨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참고로, 제목에서 ‘선진국’을 뺀 이유는, ‘선진-후진’이란 개념 자체가 서구 우월주의 산물인 데다, 21세기에는 더 이상 용납하면 안 될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권태호 지음 | 페이퍼로드 | 368쪽 | 15,800원

     

    '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은 최근 그 논의의 중심에 자리한 기본소득제와 그 대안으로 제시된 안심소득제의 소득 불균등 완화 정도를 검증하고 알리는 책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안심소득제를 본격 제안하는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방대한 지식과 날카로운 필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발상 전환으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복거일을 비롯, 김우택, 이영환, 박기성, 변양규 등 유수의 경제 전문가들이 공동 집필했으며, 미래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기본소득제와 안심소득제를 분석해 우리 사회의 소득 불균형 완화에 시사점을 던진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역사적, 사회적 배경 또한 돌아보고, 스위스, 핀란드, 미국, 인도와 나미비아 등 관련 제도가 어떻게 시행되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실증 또한 놓치지 않아, 다양한 경제 사회 체제와의 비교도 가능하도록 했다.

    모든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정부의 보조금을 마이너스 소득세로 간주하는 ‘음소득세’는 기본소득제의 결점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세금과 복지를 하나의 과표에 통합해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보조금으로 인한 근로 의욕 저하도 상당히 줄어든다. 과세와 보조금 지급이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고, 따라서 동질적이라는 경제학적 통찰에서 나온 제도이다.

    '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에서는 한국 실정에 맞는 음소득세를 고안해 대안으로 제시한다. 4인 가구 기준 연간 기본소득을 2천만 원으로 하고 한계 세율을 40%로 하면, 자연히 면세점은 5천만 원이 된다. 즉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는 정부로부터 연간 2천만 원을 현금으로 받고 자신이 버는 소득에 대해 40%의 세금만을 낸다. 이 경우 소득이 올라 5천만 원이 되면, 음소득세도 받지 않고 소득세도 내지 않는다. 이 기본소득과 면세점 수준은 현재 우리 사회 소득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소득세가 우리 사회에 도입되어 효과를 내려면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며 온갖 보조금들을 걷어내야 한다. 그런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오히려 또 하나의 보조금이 될 수밖에 없는데, 특정 이익집단 대상인 보조금을 완벽히 걷어내기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따라서 면세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기존 세제를 인정한 부분적 음소득세 제도를 ‘안심소득제’라 한 것이다. 근본적인 세제 개혁이 완전히 제시되거나 성공한 적이 드물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정치적 현실과 타협한 안심소득제는 현명한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혼란스럽고 낭비가 심한 보조금을 대신하면 진정한 사회 정의를 구현할 수 있고, 가파르게 상승한 최저임금이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 우리 사회뿐 아니라 여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현실로부터 도출한 수치와 자료를 통해, 음소득세 도입이 어떻게, 왜 필요한지를 구상이 아닌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복거일 , 김우택, 이영환, 박기성, 변양규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 208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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