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노 전 대통령이 영면하고 있는 김해 봉하마을 너럭바위 앞에서 추모객들이 참배하고 있다.(사진=경남CBS 최호영 기자)
노란 바람개비를 따라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마을 입구에 걸린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노무현의 이름으로 축하드립니다'는 현수막이 바람결에 경쾌하게 흔들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 전날인 22일 평일, 그것도 한여름같은 더운 날씨에도 봉하마을을 찾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봉하마을 입구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 묘역까지 노란 바람개비와 국화꽃을 손에 든 추모객들로 붐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모객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경남CBS 이상현 기자)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와 손을 잡은 젊은 연인,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까지. 벌써 8년 전이지만 해마다 많은 추모객들이 찾을 정도로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주차장은 차량들로 빼곡히 들어찼고, 외지에서 온 관광버스도 단체 관람객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사저, 추모의 집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한 컷이라도 더 남기려는 듯 추모객들은 부지런히 사진도 찍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많은 추모의 집에는 '셀카' 촬영이 계속되면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과거 살아생전 자신을 찾았던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의 소탈했던 모습을 기억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경남 창원에 사는 김은하(50)씨는 "내일은 많이 바쁠거 같아 친구와 함께 미리왔는데 다른 분들도 정말 많이 오신 것 같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의미는 없지만, 옆집 아저씨 같은 따뜻한 분이었고, 보면 볼수록 좋다는 느낌, 항상 볼 때마다 보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모객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경남CBS 최호영 기자)
올해는 추모객들의 표정도 발걸음도 한결 여유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어느정도 마음이 편해진 탓으로 보인다.
지난 해 샀던 노무현 티셔츠를 입고 부부가 함께 봉하마을 찾은 정연우(44)씨는 "문 대통령이 출범 몇일 안 되는데 너무 잘하고 있다. 개혁의지도 좋고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잘하실 것 같다"며 "임기 동안 예전 노 대통령처럼 사람사는 세상으로 좀 만들어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 너럭바위에 참배한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기리는 듯 잠시나마 숙연해지는 표정이다.
충남 아산에서 가족과 함께 봉하마을을 처음 찾은 한 추모객은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고, 와 보니 느낌이 짠한 것 같다"며 "이전 두 분의 대통령을 겪으면서 노 전 대통령이 훌륭하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모객들이 노무현재단에서 나눠주는 노란 바람개비를 받고 있다. (사진=경남CBS 이상현 기자)
노 전 대통령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도 여전히 컸다.
김광진(73)씨는 어떤 심정으로 봉하마을에 오셨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려다 왈칵 눈물부터 쏟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8년만에 이곳 봉하마을을 겨우 찾았다는 김씨는 "그동안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마음이 컸고, 그것이 응어리가 지는 느낌이었는데, 다행히 문 대통령이 당선되셔서 문 대통령 만큼은 꼭 지켜드리겠다. 그런 마음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인원은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3~4만명이 찾은 지난 주말보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온 것으로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추산했다.
내일 추도식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만5천여명의 인파가 봉하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모 열기에 지하에 계신 노 전 대통령도 이런 말을 하시지 않았을까. "야~ 참, 기분 좋다."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을 앞둔 김해 봉하마을에 내걸린 현수막. (사진=경남CBS 이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