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피고인', 현재 '귓속말'까지. 올 상반기 월화드라마는 SBS가 꽉 잡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타사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오늘(22일)은 KBS·MBC가 제로베이스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날이다. 어떤 작품이 시청자의 마음을 뺏을 수 있을까. 22일 오후 10시에 동시 출격하는 KBS '쌈, 마이웨이', MBC '파수꾼', 한 주 뒤인 29일 시작하는 SBS '엽기적인 그녀'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 보았다.
◇ 싱그럽고 유쾌한 에너지 가득한 청춘물 '쌈, 마이웨이'
KBS2 새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 (사진=팬엔터테인먼트 제공)
KBS2 '쌈, 마이웨이'는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스펙을 지녔지만 남들이 뭐라건 '마이웨이'를 가려는 네 청춘의 성장 로맨스다.
뜻밖의 약점을 가진 파이터 고동만 역의 박서준, 뉴스데스크 아나운서를 꿈꿨으나 백화점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최애라 역의 김지원, 여자친구의 지극정성 뒷바라지로 번듯한 회사원이 되었으나 새로운 사랑에 흔들리는 김주만 역의 안재홍, 남자친구만을 바라보며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홈쇼핑 회사의 계약직 상담원 백설희 역의 송하윤이 주인공이다.
'쌈, 마이웨이'는 그동안 호평받았던 작품을 쓰고 연출했던 제작진이 뭉쳤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가지고 가는 작품이다. 드라마스페셜 '연우의 여름'과 단막극 '눈길' 등을 연출한 이나경 감독과 '백희가 돌아왔다'로 존재감을 알린 임상춘 작가가 만났기 때문이다.
이나경 감독은 "가장 싱그럽고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들을 모으려고 했다. 각자 갖고 있는 사랑스러운 에너지와 서로 간의 케미가 어떻게 어울릴지 많이 고민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보다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며 "어떤 꿈을 꼭 이룰 때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사무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그 과정 자체가 행복 아닌가. 그래서 평범하지만 소박한 설정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배우 박서준과 김지원이 오래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설정이 공개됐을 때부터 드라마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만큼, 두 사람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느냐가 주요 시청 포인트 중 하나다. 또한 각자 바랐던 꿈에 가까워지는지, 오래된 커플의 연애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도 볼거리다.
◇ 국가가 해결 못하는 문제, 내 손으로 '파수꾼'
MBC 새 월화드라마 '파수꾼' (사진=MBC 제공)
'피고인', '귓속말', '도둑놈, 도둑님' 등 무능하거나 편향적인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만으로, '사적 해결'을 꿈꾸는 드라마가 올해 들어 꽤 자주 등장했다. MBC의 새 월화드라마 '파수꾼'도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다.
'파수꾼'은 범죄로 사랑하는 이를 잃어 평범했던 일상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아픔을 이겨내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모임 '파수꾼'을 조직한다는 액션 스릴러물이다.
손혁석 감독은 "사적 복수는 언제나 (옳은지 그른지) 논란이 있다. (드라마는) 그것이 옳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다만,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이 사적 복수를 상상하는가 그 '의문'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설정의 드라마가 많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적인 국가기관이 개개인의 생명이나 재산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할 수 있기에,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욕구와 생각이 생겨난 게 아닐까"라며 "저희 드라마는 직접 범죄자를 응징하고 단죄하는 게 아니라, 해킹이나 CCTV를 통해 그들의 범죄가 자연스레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복수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파수꾼'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사연만큼이나 다채로운 특징을 가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 중 딸을 잃은 전직 형사 조수지 역의 이시영의 몸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에 큰 기대가 모아진다. 제작진의 만류에도 이시영은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많은 씬을 직접 소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속내를 잘 알 수 없는 '욕망 검사' 장도한 역의 김영광, 밝아보이지만 정의를 최고의 가치라고 믿는 형사부 검사 김은 중 역의 김태훈, 온 가족을 잃은 충격과 상처로 은둔형 외톨이가 된 서보미 역의 김슬기, 천재적인 해킹 실력을 발휘해 파수꾼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하는 공경수 역의 샤이니 키가 어떻게 어우러질지 주목된다.
◇ 어느새 '클래식'이 된 원작, 드라마도 성공할까 '엽기적인 그녀'
SBS 새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사진=래몽래인, 화이브라더스, 신씨네 제공)
지난해 말부터 월화극 강자가 된 SBS이지만 신작 '엽기적인 그녀'에 거는 기대도 결코 작지 않다. 2001년 제작돼 전지현을 최고의 영화계 신예로 발돋움하게 만든 동명 영화처럼, '그녀' 역을 맡은 오연서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극이었던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사극으로 리메이크됐다. 조선 최고의 고스펙남 견우(주원 분)와 궐 밖 나들이를 즐기는 사고뭉치 공주 혜명(오연서 분)이 꾸밀 달콤살벌한 로맨스가 큰 줄기다.
오진석 감독은 "시대나 이 사회가 반영된 작품이 시청자 사랑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며 "사회 풍자와 비판도 드라마의 한 역할지겠지만 잠시 각자의 상황을 내려놓고 오롯이 한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드리는 것도 드라마의 한 역할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즉, '엽기적인 그녀'는 '이야기의 힘'으로 끌고 나가는 드라마라는 의미다.
온전히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포부답게 '엽기적인 그녀'는 100% 사전제작되어 이미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다. 미리 대본이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엽기적인 그녀'를 마지막으로 입대한 주원은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영화와 매우 다르다며 "새로운 드라마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는 16부작이기 때문에 좀 더 시원한 액션도 있고 묵직한 정치 얘기도 있다. 좀 더 긴장감 넘치는 로코(로맨틱코미디)라고 보시면 될 듯 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