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모두발언 하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을 '최순실 국정농단·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파악하고, 다음 주부터 반성·개혁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당내 갈등의 소지가 곳곳에 많아 동력을 얻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은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점을 7월3일로 결정했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22일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고 당 대표에 출마할 경우 당권경쟁이 조기점화 돼 당 내홍이 깊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대행은 "국회 내 정국 대응의 중요성이 막중하고, 각종 원내 협상과 인사청문회, 입법 과제 대처 등 제게 부여된 원내대표의 책무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강한 야당'을 강조한 한국당 지도부는 당내 인사청문회 조직 강화를 지시하는 한편, 전대 전까지 단행할 수 있는 개혁 조치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정국 초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강력한 대여 투쟁과 함께 대선 패배 반성 차원의 당내 개혁도 병행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당 전략본부는 최근 대선 패배의 주요원인과, 반성에 초점을 맞춘 필요 조치들을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이 대선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에 근거해 당은 이르면 다음주 쯤 외부 패널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어 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을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각종 지적도 경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수도권과 충청, 보수텃밭 대구·경북 등 권역별 대회도 열어 당원·시민들과 함께 이번 대선에서 느낀 한국당의 한계를 공유하겠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 일단 의견수렴을 통해 문제점을 드러내겠다는 의미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당 재선 의원들은 오는 28일 1박2일 간의 일정으로 연찬회를 열어 당 변화를 모색한다. 이 자리에서는 전대 방식과 당 지도체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집단 지도체제로 갈지, 단일 지도체제로 갈지에 대한 의견 정리도 할 예정이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전대 방식에 대해서는 "당 개혁을 위해서라도 전대를 진부한 체육관 방식으로 열어서는 안 된다"며 "예를 들자면 대선 때처럼 토론회를 통해 당의 가치와 노선에 대해 정립해 나가는 전대가 돼야 한다. 그런 부분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처럼 전대 시점이 정해지면서 당내 개혁 논의도 활기를 띠는 기류지만, 앞 길이 순탄치 만은 않다. 당장 정 대행이 개혁의 주체라는 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대선에 패배한 지도부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많다"며 "이 같은 의견이 분출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또 조만간 논의될 당 지도체제의 경우, 당권도전 주체들의 의견이 엇갈려 갈등이 불가피하다. 후보로 거론되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측은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단일 지도체제'를 선호하는 반면, 친박계는 다수가 권한을 갖는 '집단 지도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대 전까지는 이 같은 갈등 사안을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에 당 내홍으로 인해 대여 투쟁은 물론, 개혁의 동력이 분산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