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첫 출근했다. 그동안의 검찰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인사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앞으로 기수파괴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이어진 후속인사에서는 봉욱 대검차장과 이금로 법무차관이 임명되면서 조직의 동요를 막았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의 기수문화 넘을 수없는 벽일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윤석열 검사 (사진=박종민 기자)
▶ 검찰 인사 앞으로도 파격 인사가 이어질까?=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누굴 지명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보다 더 파격적인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에 의외의 인물이 발탁 될 수도 있고, 검찰총장에 검찰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수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지검장과 박균택 검찰국장 임명 후 이어진 후속 인사에서는 봉욱 대검차장과 이금로 법무차관을 임명함으로서 검찰개혁과 조직안정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문 대통령 후보시절 대변인이었던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워낙 높다보니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 한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계속 몰아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견제와 균형,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수 파괴가 어디까지 가는 거냐?는 질문에 "그기에 대해서는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려울것 같다"면서 "새로운 장관과 총장이 결정되면 책임지고 고민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파격적인 물갈이 인사는 안 한다는 거냐?= 인적쇄신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는 정치검사들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총장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서 사퇴하는 검사장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인사만으로 검찰개혁을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방침인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검찰인사를 두고 "검찰개혁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확실한 개혁의지'를 내보이면서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핵심관계자들도 "상징적인 충격요법을 통해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뒤 이를 추진할 내부적으로 신망있는 인물들을 내세워서 조직내부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가 담긴 인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주현 차장검사는 윤석열 서울지검장에 대한 인사가 있던 지난 19일 사의를 표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그렇지만 검찰내부에서는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이 동요하고 있다던데?= 실제로 그렇기는 하다. 윤 지검장 인사가 있던 지난 19일 김주현 대검차장과 이창재 법무차관이 사의를 표했고 일선 고검장과 검사장들도 진퇴를 고민하고 있다.
한 고검장급 인사는 "이제는 떠나야 하는 것 아닌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고 한 검사장급 인사도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사태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어진 후속인사에서 대검차장에 사법연수원 19기의 봉욱 서울동부지검장이 법무차관에 사법연수원 20기의 이금로 인천지검장이 임명되면서 검찰의 분위기는 '동요'에서 '관망'으로 바뀌었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찰총장을 대행할 대검차장에 20기 이하가 임명됐다면 17기와 18기, 19기 검사장급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야했겠지만 19기가 대검차장으로 임명되면서 검찰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 후배가 상관이 되면 안 되는 건가? 선배들은 퇴직해야 하나?= 반드시 그런건 아니다. 그렇지만 검찰에는 그런 '기수문화'가 존재한다.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그 윗기수들은 줄줄이 옷을 벗는다. 그게 관행이고 검찰을 지탱해온 문화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고검장에게 '후배기수가 총장이 되면 반드시 옷을 벗어야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밖에 없다. 후배가 상관이 된다면 옷을 벗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노승권 서울지검 1차장검사(사법연수원 21기)가 고개숙이며 윤석열 서울지검장(23기)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23일 조간 신문에 주목 받는 사진이 한 장 있다.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첫 출근했는데 노승권 서울지검 1차장검사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면서 맞이하는 사진이다. 노승권 차장은 사법연수원 21기로 윤석열 지검장보다 2기 선배다. 검사장급 보직이기도 하다.
윤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3기로 이번에 검사장 승진대상인데 직전까지 고검장급이었던 서울중앙지검장에 전격 발탁된 것이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을 임명한데 이어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에서 초임검사장급이었던 서영제 청주지검장(사시 16회)을 서울지검장에 전격 임명하면서 선배들이 줄사표를 낸 전례가 있다.
(사진=자료사진)
▶ 검찰의 독특한 '기수문화' 바꿀 수 없는 건가? 정말 '넘사벽'이냐?= 공고한 벽임에는 틀림없다. 검찰의 독특한 문화이기도 하다. 경찰이나 군에서는 후배기수가 조직의 수장이 된다고해서 선배기수들이 줄줄이 옷을 벗지는 않는다.
왜 이런 문화가 존재하는 걸까? 첫 번째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영향이다.
제헌 국회에서 1949년 제정된 검찰청법 제11조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담고 있었다. 이 조항은 2004년 참여정부에서 검찰청법을 개정하면서 검찰청법 7조에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바뀌었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전국 어느 검찰청, 검사에 의한 검찰권 행사가 동일한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지만 실제로는 각종 정치사건에서 검찰 고위층이 담당 검사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규정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개정된 것이다.
특히 7조 2항에는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이견이 있는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물론 이 조항은 현실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 많다.
검찰내에서는 이 '검사동일체 원칙'의 영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기수문화'의 벽이 두터운 것이다.
두 번째는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자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유교의 기본이 되는 도덕지침이 삼강오륜이다. 삼강오륜 중 '장유유서'는 우리 사회의 공고한 틀이되고 있다. 그 폐해 때문에 '나이가 깡패'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기수문화는 어느 조직에서나 있다. 언론사에도 있고 경찰에도 있고 군대에도 있다. 행정부에도 기수문화는 존재한다.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는 조직에는 기수문화라는 게 있다.
그렇지만 그 기수문화는 초년병 시절 업무를 지도하거나, 예를 들어 기자들의 경우 여전히 도제식 교육인데 그럴 경우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방식이다보니 기수문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일정 연차가 지나면 기수문화를 별 의미가 없어진다. 후배가 사가 되는 게 다반사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검사는 퇴직하면 변호사로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 선배들은 일정기간동안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최근에는 퇴직하더라도 일시에 목돈을 벌 수 있는 변호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한다. 로스쿨 제도 도입이후 변호사 숫자가 급증하면서 퇴직을 꺼리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전관예우'의 관행이 사라진다면 검찰의 독특한 기수 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네 번째는 검찰의 기수문화는 점차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에는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이라는 동일한 과정을 거쳐서 검사로 임관됐다. 그래서 '사법시험 몇 회, 사법연수원 몇 기'라는 기수문화가 공고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제는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채워지지 않는다. 다양한 학교에서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검사로 임관되면서 기수문화는 뿌리에서부터 바뀔 것이다.
사법시험제도는 2016년에 1차 시험이 끝났고, 2017년에 2차 시험이 치러진 뒤 폐지된다. 사법연수원도 2018년 49기 사법연수원생들이 입소하면 그들이 수료하는 2020년에는 사법연수생 교육을 막을 내리고 법관교육기관으로 남게 된다.
▶ 기수문화를 없애면 검찰개혁이 되는 거냐?= 기수문화를 없애서 검찰 개혁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겠나? 검찰의 기수문화는 하나의 현상이지 그 자체가 이른바 적폐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설 캠프에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이 있었다. 단장이었던 김남준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공수처 도입과 수사권과 기소권 조정, 법무부의 문민화가 핵심 과제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수문화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 검사장 직선제 도입 또는 '검사장 직위의 개방제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는 '검사장 직위의 개방제 도입'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제도를 크게 바꾸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검사장급 직위를 대내외로 개방하는 것"이라면서 "특정 검사장 자리가 비는 경우, 아래 직급의 검사 중에서 승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내외 공모를 통해 지원신청을 받아 지원자 중에서 적임자를 선발하는 방법"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렇게 선발된 검사장에게 일정기간 임기를 보장하면 적어도 검사장 간에서는 기수문화가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고, 그것은 전 검찰로 파급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렇지만 검사장 직선제는 말처럼 쉽게 검찰개혁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수문화는 점차 사라질 것이고 검찰도 공수처도입과 수사권조정 과정을 거치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도개선을 통한 개혁이 맞지만 제도를 바꾼다고 검찰 독립이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한 번에 회복되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는 검찰을 이용하려는 정치권과 정치권에 기대에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승진하려는 검찰내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안정도 하고 혁신도 하고 그래야 한다"면서 "같이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