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피해자의 인적사항 없이도 피고인이 법원에서 '형사공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성매매 협박범이 법원에 공탁하는 과정에서 여고생의 주소 등 신상정보가 넘겨졌다는 CBS노컷뉴스 단독보도 이후 마련된 대안이다.
(관련기사:17. 4 .5. CBS노컷뉴스=협박범에 피해 여고생 신상정보 넘긴 법원)◇ "피해자 두 번 울리는 현행법"더불어민주당은 형사사건 피고인이 법원명과 사건번호만 기재해도 공탁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공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23일 밝혔다.
공탁은 피고인이 "합의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점을 재판부에 증명하기 위해 합의금을 법원에 맡기는 제도다. 피해자 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시도된다.
현행법에서는 피고인이 공탁 신청을 할 때 피해자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어야 한다. 이때 정보가 부족할 경우 법원에서는 '인적사항 보정권고서'를 내려 보완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구체적인 신상정보가 피고인에게 손쉽게 넘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협박이나 보복범죄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사진=박경미 의원 페이스북 캡처)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의원은 "법원이라는 국가기관에 의해 피해자가 두 번 우는 셈"이라며 "공탁과정에서 신상정보가 적시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 구멍 뚫린 법원행정지난 2015년 10월 회사원 이모(38) 씨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게 된 한나(가명·당시 15세) 양을 만나 성매매한 뒤 다음 날 해당 앱에 한나 양의 사진을 올렸다.
이어 후회하며 연락을 끊으려던 한나 양에게 이 씨는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 학교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협박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등으로 이 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씨 측은 합의를 시도했으나 좀처럼 이뤄지지 않자 한나 양의 집으로 불쑥 들이닥치기도 했다. 집주소는 이 씨 변호인이 갖고 있던 수사기록을 통해 엿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심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며칠 뒤 한나 양 집에는 이 씨가 청구한 공탁서가 날아들었다. 여기에는 한나 양 실제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심지어는 부모의 이름과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기재됐다.
취재결과 한나 양의 신상정보는 이 씨가 법원에 공탁금을 맡기는 과정에서 새어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공탁 과정에서 이 씨가 피해자를 명확히 특정하지 못하자 법원이 인적사항 보정권고서를 내려준 것. 이 씨 측은 이를 이용해 한나 양의 주민등록등본을 뗀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은 서류만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규정이) 명문으로 이것은 된다 안 된다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