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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정에 선 '피고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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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법정에 선 '피고인'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두 손에 수갑을 찬 채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속된 지 53일 만에 첫 정식 재판을 받는 수치스런 날이었다.

    호송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은 수척해 보였다. 왼쪽 옷깃에는 수인번호 503번의 배지가 달렸다. 그나마 예우 차원에서 포승줄은 묶여 있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 신세로 전락한 불행한 역사는 이번이 세 번째. 국민적 관심이 높은 역사적 순간인 만큼 재판부는 법정 촬영을 일부 허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그 옆에 최순실 씨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팽팽한 긴장과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법정 내부를 휘감았다. 그러나 검찰과 변호인단의 유무죄 공방이 시작되면서 정적은 금세 깨졌다.

    검찰은 이번 사안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공모한 권력남용 및 국정농단, 사익 추구, 문화계 지원 배제, 재벌유착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등이 헌법적 가치와 국민주권주의, 그리고 법치주의 이념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변호인 측은 "검찰이 추론과 상상만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하며 18가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특히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동기가 적시되지 않았고, 최순실과의 공모관계 설명이 없다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 본인도 직접 재판부의 질문에 "네. 변호인의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사진=박종민 기자)

     

    앞으로 수개월간 지속될 1심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유무죄 다툼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양측이 180도 정반대의 상반된 주장으로 맞서 있는 상황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에 따른 재판부의 명확하고도 올바른 판결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다만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공개적인 법정에 나왔다면 국민적 공분과 실망을 안겨준 점에 대한 일단의 반성과 사죄 표현이 마땅히 있어야 했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은 법리공방을 떠나 최소한의 도리조차 외면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무죄 강변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박 전 대통령 개인의 인생 역정에서 오늘은 가장 잊지 못할 치욕스런 날일 것이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는 오후 2시 열리는 추도식이 다가오자 수 많은 추모객들이 줄을 지어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 헌화했다. (사진=최호영 기자)

     

    박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모습을 드러낸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또 자신의 임기 중 마지막으로 추도식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음의 응어리는 조금이나마 풀렸을 것이고, 박 전 대통령의 응어리는 더욱 단단해졌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똑같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한 반면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노 전 대통령의 '사즉생(死卽生)'과 박 전 대통령의 '생즉사(生卽死)'를 접하면서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거움을 생각해본다.

    노무현이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상징하는 이름이라면 박근혜는 불통과 오만의 비정상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였고,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였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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