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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야! 기분좋다"…文 명문 추도사 화제

    정치적 언어 최대한 배제·이해 쉬운 단어 골라 직접 작성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야! 기분좋다" 등을 언급한 추도사가 화제다.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운 구어체로 직접 다듬은 데다가,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 그리고 향후 국정운영 철학 등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야, 기분좋다"는 표현은 지난 2008년 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돌아와 농사를 짓거나 찾아온 손님들을 맞을 때 자주 사용한 말이다.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많이 가실만큼 세월이 흘러도 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른다",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되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을 자신이 이어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해당 추도사는 청와대 연설기록관 등이 아닌 문 대통령 자신이 직접 초고부터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추도사 내용을 보면 대통령께서 많이 쓰신거 같다"며 "참모들이 알 수 없는 내용도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18 기념사에 이어 이날 추도식에서도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일상 화법을 구사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려운 단어나 표현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할 말을 다 하는 필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연설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첫 해 5·18 기념사에서 "새로운 국가발전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바꾸고,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겠다"며 다소 어려운 정치적 수사와 용어를 동원한 것과도 대조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민들의 큰 관심 속에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는 "과분한 칭찬과 사랑"이라고 겸손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참석후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문 대통령은 "요즘 국민들의 과분한 칭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제가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력,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특별한 일처럼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단절된 국민들과의 소통을 회복하고, 이념을 넘어선 열린 인사(人事)를 했을 뿐인데 국민들이 환호하는 것은 그간 국정운영이 심각하게 비정상적이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직접 비판은 삼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식이 참여정부 인사들의 '한풀이' 장으로 비쳐진 것을 의식한 듯, 이제는 아픔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대를 '기분 좋게' 맞이하자는 다짐의 메시지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이 한 번 결정하면 방향과 상관 없이 청와대 참모진부터 모든 정부 부처가 따라오라는 식이 아니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개혁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소통하는 대통령'을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특정 진영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여 분 간의 짧은 추도사에서 '국민'을 13차례 언급했고, '노무현'도 11차례 말했다.

    통합이라는 정치적 언어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도사 내용 전반은 국민과 함께하는 모두의 대통령, 통합을 지향하는 국정운영 방침을 올곧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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