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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아직도 이런 일이…"불참하려 사망증명서 들고 다녀"

사회 일반

    대학가에 아직도 이런 일이…"불참하려 사망증명서 들고 다녀"

    과내 행사 강제 동원…강제동원 해야 축제가 된다?

    후배들을 학내 행사에 동원해 상식 밖 행동을 강요하는 등 일부 대학에서 비뚤어진 위계 문화가 여전히 문제다. 새내기들은 반강제적로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물론, 불침번을 서거나 후원금을 모아오는 일까지 하고 있었다.

    ◇ '불침번', '후원금영업'…학생들 "서글프다"

    공주대의 한 학과 행사 안내 공지문. 1~2학년 불참자는 따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사진=독자 제공)

     

    충남 공주대의 한 학과 신입생들은 지난달 열린 체육대회를 위해 전날까지 순번을 정해가며 불침을 서야했다. 대회 연습용 운동장을 차지하려면 밤새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는 같은 대학 한 학과 홍보행사에서 저학년들끼리 짝을 지어 대학가 주변 상권에서 60-7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받아온 적도 있다. 이 모두 선배들이 강제로 시킨 일들이었다.

    심지어 이 학과에서는 불과 2년 전까지 한 학기에 학과 행사를 3번 이상 불참할 경우 교내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내부 원성이 들끓자 지난해 들어서야 이 제도를 폐지했다.

    이 모(22) 씨는 "선배들이 시키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단 따르긴 했는데 기대했던 대학 생활이 고작 이런 것에 불과했나하는 생각에 서글펐다"고 말했다.

    강제 참여,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동 등 선배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익명 제보글. (사진=인하대 페이스북 캡처)

     

    지난 9일, 인천 인하대 SNS 커뮤니티에도 선배들이 과내 행사에 강제로 참여하게 했다는 글이 올라와 입길에 올랐다.

    작성자는 학교 선배들이 학교생활과 졸업한 선배들과의 관계 등을 거론하며 강제 참여를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온 관습이라는 이유로 굉장히 불합리한 상황도 많이 일어났다"면서 "불참 사유를 증명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사망 증명서를 가지고 다닌 친구도 있다"고 밝혔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예술체육학부 쪽에서 일어난 일로 알고 있다"면서 "해당 사건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대학생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황영찬 수습기자)

     

    서울 홍익대도 매년 과내 행사에서 저학년생들이 억지로 동원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학 한 학생은 "1학년은 무조건 '필참'이라 주점 행사는 새내기들만 준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도 "선배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이번 축제 때 언제 일할지 정해서 알리라'고 말했다"면서 "선배의 강압적인 지시에 많은 친구들이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해당 단과대 학생회 관계자는 "행사 준비 시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매번 불거지는 저학년생들의 노동 강요 문제 때문에 학내 갈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 학생회 "자율에만 맡기면 행사진행 안 돼"

    행사에 무조건 참여하라고 강요하는 학교 선배들의 카카오톡 지시. (사진=부산가톨릭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 캡처)

     

    학생회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제 동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공주대 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강압적으로 저학년들을 동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학생들의 자율에만 맡기면 진행 자체가 안 될 수가 있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홍익대 한 단과대 학생회장도 "완전 자율로 하면 학과 내 단합하자는 취지에서 열리는 행사가 아예 없어질 것 같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학생회 내부에서도 이럴 거면 행사를 왜 하냐는 푸념이 나와 주점 행사 자체를 폐지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처럼 위계에 의지해 진행하는 축제 문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선배에 의한 강요가 모든 구성원이 '즐기는' 축제의 의미 자체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규칙이 아닌 '내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이유로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것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축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통합의 시간인데 강압적인 방식으로 동원하는 부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축제를 시간에 쫓겨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계성을 놓치는 경향이 있으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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