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야신시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2년 반 만에 팀 지휘봉을 내려 놓는다. (사진=한화 제공)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화 이글스를 명문 구단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구단측은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 이후 김 감독이 팀 훈련을 진행하려던 것을 만류했다. 이에 김 감독은 "1군 훈련도 마음대로 지휘할 수 없는 감독을 계속해야 하는가"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갑작스러운 구단의 경질로 김 감독은 계약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년 반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씁쓸한 퇴장이 아닐 수 없다.
김 감독은 큰 기대 속에 2014년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2007년 이후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한 한화의 숙원을 풀어줄 적임자라는 판단이 있었다. 김 감독 부임을 위해 피켓 시위도 서슴지 않았던 팬들의 소원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한화의 유니폼을 입은 김 감독은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한화를 명문 구단으로 만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었다. 구단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큰손으로 군림하며 김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정근우, 이용규, 정우람 등 특급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이 때는 좋았는데…' 지난 2014년 한화 이글스 취임식 당시의 김성근 감독의 모습. (사진=자료사진)
그러나 기대만큼 성적은 나오지 않았다. 부임 첫해 가을야구 문턱에서 좌절하며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투수 혹사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 팀의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2016시즌 개막전에서 LG 트윈스에 연이틀 연장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한화는 추락을 거듭했다. 시즌 중 김 감독의 아들 김정준 코치의 월권에 의한 외국인 선수 태업 논란도 있었다. 결국 한화는 가을야구와는 거리가 먼 7위에 그쳤다.
2017시즌을 앞두고 경질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한화는 유임을 결정했다. 하지만 팀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나 한화는 18승 25패로 승률 0.419에 그치고 있다. 10개 구단 가운데 9위다. 삼성만이 한화의 밑에 있을 뿐이다.
특히 김 감독과 박종훈 단장과의 불화 등 프런트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표출되면서 우려를 더했다.
결국 한화는 칼을 빼 들었다. 더는 김 감독에 팀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승 청부사로 이름을 떨치며 한화를 명문 구단으로 만들려던 김 감독의 꿈도 이렇게 끝을 맺게 됐다.
안팎으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한화.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올 시즌 역시 가을야구 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