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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숙 그림, 불안한 현대인의 내면 직시



공연/전시

    유진숙 그림, 불안한 현대인의 내면 직시

    갤러리 이마주, 6월3일까지

    시간, 캔버스위에 오일, 72.5x91cm, 2017.

     

    고독,불안,권태,파괴,절망을 떠올리게 하는 유진숙 화가의 개인전 'Precarious' 전 작품들은 우리 사회 단면과 구성원들의 자화상을 표현하고 있다. 냉정한 직시는 그 절망을 딛고 새로운 출발을 일깨운다.

    <시간>(바로 위 작품)은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은 노인이 벽에 걸린 괘종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그 괘종시계는 몇 시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늘이 흐릿하다. 그 노인 곁에는 소년이 등을 돌린 채 벽면 반대편 허공을 을 바라보고 있다. 노인의 시간과 소년의 시간. 노인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시계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지만,그 시계는 더디 가는지, 멈처 선 건지 알 수 없다. 하릴 없이 물리적 시간만 흘려 보내는 지루함과 권태, 절망을 노인의 표정에서 읽게 된다. 소년은 어떠한가. 노인과 괘종시계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목표도 지향도 없는 노인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관이 소년에게서 드러난다. 그런데 소년이 바라보고 있는 실내의 풍경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 공간적 거리 또한 극히 짧다. 막히지 않았지만 답답한 시야는 소년의 앞길이 막혀있음을 암시한다. 후미에 드러난 윗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출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일까.

    바람이 거세던 밤, 캔버스위에 오일, 45x53cm, 2015.

     

    <바람이 거세던="" 밤="">(바로 위 작품)은 무표정한 얼굴로 선 채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여성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 기도하는 여성 곁에는 이마에 한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고민하는 여성이 등을 기댄 채 서 있다.한 여성의 두 가지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아이고 머리야!를 중얼거리며 고민에 휩싸여 불면의 밤을 보내는 상황, 그리고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하며 약간 얼빠진 듯 골똘히 생각에 잠긴 상황. 두 상황 모두 편치는 않아 보인다. 잠을 청해도 기도를 해도 풀리지 않는 현실의 고민들. 구원과 희망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 눈과 입가에 생기와 웃음을 언제 되찾을 것인가.

    침입자2, 캔버스위에 오일, 80.3x116.8cm, 2015.

     

    <침입자 2=""> <버리기3>는 두 작품 모두 불이 등장한다. <침입자 2="">(바로 위 작품)는 정보요원 같은 검은 정장의 남자들이 서 있는 나무 위에 태연히 불을 놓고, 녹색 화단과 집 뜰 곳곳에 불을 지른다. 평화를 깨뜨리는 파괴자들인가. 생명이 흐르는 푸른 나무와 화단, 정원을 공공연히 불사르는 행위는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는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를 은유한 것으로 비친다.

    <버리기 3="">(바로 아래 작품)는 담배를 입에 물고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의 자태가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화면에는 거센 화염에 휩싸인 그림 액자와 방바닥에서 쓰러져 자고 있는 여성이 보인다. 그 쓰러진 여성을 향해서는 불길인지, 물살인지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다.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여성은 시선을 고정한 채 냉정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러한 묘사는 파국에 이른 삶을 냉정하게 성찰하고자 함인가.

    버리기3, 캔버스위에 연탄재,오일, 91x116.8cm, 2017.

     

    갤러리 이마주에서는 유진숙 작가의 개인전 'Precarious'을 열고 있다. 강렬한 색감으로 여러 현실 속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펼쳐내는 작가 유진숙은 여자와 남자, 삐에로, 시계, 불 등 상징적 주체들을 통해 여러 관계 속의 불편함, 욕망과 소외, 세상의 부조리, 위로 등을 표상하여 보여준다. 그녀의 캔버스 위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과하리만큼 압착된 공간 구성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과 위태로운 감정마저 들게 한다. 현실의 비정상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작품 속 인물의 표정과 시선은 예술을 통해 아픔을 딛고 일어선 그녀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다.

    "살아가며 부딪히곤 하는 어려운 감정, 가령 관리인 없는 공중 화장실 같은 수치스런 씁쓸함과, 지구 멸망 전의 멀미 증상 같은 자기 보호본능이 엉켜 다가올 때, 때론 희망이란 것이 차라리 없었으면 편할 것 같은 생각이 들거나, 내 시선이 지독한 연민이나 그리움을 향해 있을 때, 그 침잠이 자학이 아닌 캔버스 안의 새로운 이야기들로 그려 넣어지는 작업의 시간들 그 수많은 밤들은 그 무엇보다 황홀하다. 지독히 외롭게 말이다." - 작가노트에서

    그녀는 기억 속에 잔재하는 아픔, 세상의 부조리와 소외된 이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번 작품을 통해 강하게 표출해 낸다. 그리고 작품에 담긴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현미경으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 일상 속 개인의 감정과 에피소드가 뒤엉켜 작품 속 인물과 동일시 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불안정한 현실 속 이야기들은 관객에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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