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사건' 누명을 쓰고 10년을 복역한 최모(33) 씨가 재심 무죄판결을 받은 지난해 11월 17일 광주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강도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뒤늦게 지목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35) 씨가 17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합의부(이기선 부장판사)는 25일 열린 김 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흉악 범죄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성에 비춰 피고인에 대해 엄한 처벌 이뤄져야 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19세 소년이 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잔인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유가족에게 평생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주고도 치유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당초 범인으로 지목됐던 최모 씨의 무죄판결이 재심에서 확정되고, 재판이 시작된 지금까지 피고는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대며 죄의식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불우한 환경에서 살았으며, 이 사건 전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산 것은 참작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이달 1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려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뉘우치기는커녕 납득하기 힘든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 씨는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께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에서 택시 뒷좌석에 타 금품을 뺏던 중 기사 유모 씨(당시 42세)를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살해 한 혐의(강도살인)로 지난해 12월 6일 기소됐다.
김 씨는 검찰조사와 재판과정에서 줄곧 "살인을 한 적 없고, 2003년 경찰 조사 때 자백한 내용은 부모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당초 김 씨는 사건 발생 3년여만인 지난 2003년 사건 진범으로 지목돼 경찰에 붙잡혔지만 구체적인 물증 부족과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기소를 면했다.
대신 살인의 누명과 멍에는 당시 16살이던 최모(33) 씨가 뒤집어썼다. 최 씨는 사건 뒤 경찰의 강압 수사 등에 못 이겨 범행을 했다고 허위 자백해 징역 10년을 확정 받았다.
만기출소한 최 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11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김 씨에 대한 수사가 재점화됐다.
최 씨의 재심 무죄를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김 씨에 대해 당연히 유죄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고,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며 "이게 끝이 아니라 어떻게 가짜 살인범이 만들어졌고, 진범이 어떻게 풀려났는지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약촌오거리 사건'의 누명을 쓰고 복역한 최 씨는 지난달 형사보상 신청을 했고, 이달에는 국가와 당시 최 씨를 수사하고 기소한 경찰 형사반장과 검사, 김 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검사 등을 함께 피고로 한 국가배상 소송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