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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동아시아 5,000년 음식문화를 집어 올린 도구'



책/학술

    '젓가락- 동아시아 5,000년 음식문화를 집어 올린 도구'

     

    '젓가락- 동아시아 5,000년 음식문화를 집어 올린 도구'는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기에 궁금해한 적도 없었던 식사도구, 젓가락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의 춥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 음식을 뜨겁게 끓여서 먹는 걸 선호한 중국인의 음식문화가 젓가락이라는 조리도구를 사용하게 했을 것이라 말한다. 고깃덩이를 불에 구워서 식탁 위에서 잘라 먹는 서양의 식습관이 포크와 나이프라는 식사도구를 선택했다면, 고기와 채소를 미리 자른 후 국물과 함께 끓여서 건져 먹는 식습관은 그에 최적화된 젓가락이라는 식사도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남중국의 주곡인 쌀이 확산됨으로써, 점착성이 있는 쌀밥을 먹는 데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젓가락만으로 밥과 반찬을 모두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숟가락과의 경합에서 젓가락이 주된 식사도구로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은 밀가루음식의 확산, 즉 국수와 만두 같은 음식이 중국에서 대유행을 하면서부터다.

    몇몇 역사학자는 세계 문명을 세 개의 문화권으로 나눈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문화권, 그리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권이다. 한나라에서 당나라까지 이루어진 중국 농업과 음식문화의 변동으로 젓가락이 지배적인 식사도구가 되었고, 이웃 나라에 대한 당나라의 영향력으로 인해 한반도와 일본 열도, 동남아시아 북부까지 젓가락문화권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이 젓가락문화권 안에서 젓가락의 모양과 재질, 그것을 사용하는 식사 예절은 서로 다르게 발달했다.

    아시아를 여행했던 수많은 서양인이 이 인상적인 식사도구에 관해 저마다의 비평을 남겼다. 19세기 중반 중국을 찾은 영국의 외교가 로런스 올리펀트Laurence Oliphant는 젓가락에 더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 음식을 먹기에는 서양의 품위 없는 포크와 나이프보다 고상한 젓가락이 제격이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중국의 매우 우아한 식습관에 확실히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접시에 큰 고깃덩어리를 놓고 베어 먹지는 않지만,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더 이상 접시에서 고기를 잘게 썰어 먹는 것도 안 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영국의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Isabella Bird는 “식탁마다 악취가 풍기는 젓가락들이 한 뭉치씩 대나무 용기에 꽂혀 있었다. 물이 담긴 질그릇과 더러운 수건이 여행자들을 위해 밖에 놓여 있고, 그들은 자주 뜨거운 물로 입을 헹구곤 한다.”라고 혹평했다.

    17세기에 남중국을 여행한 피터 먼디Peter Mundy도 젓가락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chopsticks라는 표기를 처음 기록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 단어는, 영어 ‘sticks[스틱스]’에 (광둥어로 ‘빠르다’는 뜻의) 접두사 ‘chop[촙]’이 합해져 만들어진 피진 영어pidgin English다.

    청나라의 빗장을 열려 했던 영국의 조지 매카트니 경은 “우리가 쓰는 나이프와 포크, 숟가락, 그리고 수많은 편의용품은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금방 엄청난 수요가 생길 것이다.”라고 기대했지만,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먹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시아음식점을 방문하는 세계인은 젓가락을 써서 음식을 먹는다.

    “젓가락으로 먹는 음식은 이제 더 이상 폭력을 가해서 얻은 먹이(서로 얻기 위해 다투는 살덩어리, 고기)가 아니라, 조화롭게 이동된 물질이다. 젓가락은 이전에 새 모이와 밥으로 뚜렷이 구분되던 물질을 한 줄기 젖으로 바꾸었다. 젓가락은 지치지 않고 어머니가 밥을 한입 떠먹이는 것 같은 몸짓을 하는 반면, 창과 칼로 무장한 서양의 식사 방식에는 포식자의 몸짓이 여전히 남아 있다.”

    Q. 애드워드 왕 지음 | 김병순 옮김 | 따비 | 41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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