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이타적 동기의 근원에는 인정욕구가 있다



책/학술

    이타적 동기의 근원에는 인정욕구가 있다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인간의 뇌는 살아남기 위해 가장 유리한 가치를 선택하며, 이타성은 뇌가 선택한 하나의 생존 전략이다.’ 김학진 교수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타주의를 선택하는 뇌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동시에 인정 욕구를 건강하고 합리적인 이타주의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논의한다.

    뇌과학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껏 숭고한 가치로만 여겨졌던 이타주의의 본질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러나 우리의 인간성을 부정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선뜻 대면하기 어려운 인간의 내면을 더욱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오래된 의문과 편견을 하나씩 벗겨내며 인간 본성의 실체를 이해하려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이타성의 실체를 바로 보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1부 ‘칭찬에 중독된 뇌’에서 저자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즉 ‘인정 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남들의 눈치를 보면서 선택을 내리는 심리와 인정 욕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며 이것이 어떻게 인정 중독으로 이어지는지를 다양한 사회 현상을 통해 살펴본다. 2부 ‘착한 사람은 우리를 어떻게 배신하는가’에서는 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 동기의 이면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파헤쳐본다. 의사결정과 관련된 다양한 뇌 구조에 대한 설명과 아울러, 뇌의 생존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이타주의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3부 ‘뇌는 이타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합리적 이타주의자’가 되길 권한다. 인정 욕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인식 과정을 꾸준히 거치라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인정 욕구를 긍정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제안들과 함께 도덕적 직관 능력의 성장 가능성을 소개한다.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백화점 VIP 고객의 갑질 횡포, 층간 소음으로 다툰 끝에 이웃을 살해한 사건……. 이러한 사례들을 해석하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설명한다. 현대인들이 분노를 조절하는 데 큰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한동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 다름 아닌 ‘인정 중독’이라면 어떤가?
    타인과 비교하여 자신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적응 능력, 즉 생존 적합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이러한 인식은 주로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받으면서 지각된다. 그런데 인정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존중으로는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게 되면, 점차 높은 수준의 존중을 요구하게 된다. 마치 약물 중독이 심해질수록 같은 효과를 위해 더 많은 약물을 원하는 것처럼, 인정 중독이 심해지면 더 많은 칭찬과 존경심, 혹은 경외감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 김학진 교수는 이 책에서 인정 욕구가 이타적 동기의 근원에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인간은 이미 본격적으로 사회화가 이뤄지기 전부터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며, 타인의 호감을 보상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 계산 기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파민 신경 세포부터 측핵, 편도체, 전전두피질 등 선택과 관련된 뇌 속 구조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뇌에서 보상을 추구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평판 관리 기제’로도 꼽히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라는 뇌 부위를 통해, 우리의 선택 과정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동기와 연결된 방식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평판’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부정적인 의미부터 떠올리곤 한다. 평판에 민감한 사람은 기회주의적이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약한 인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뇌 속의 평판 관리 기제를 적절한 수준에서 사용한다면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대부분의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인정과 칭찬은 사회적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보상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100년도 훨씬 전에 이러한 측면을 강조하며 “인간 본성의 가장 근원적인 원리는 바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라 주장한 바 있다.

    저자는 인정 욕구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고 말하며, 인정 욕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바로 그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정 욕구가 확장되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냉철하면서도 예리한 저자의 뇌과학적 해석을 따라 인정 욕구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조율해나갈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인정 욕구가 인정 중독으로 이어지기 전에 이를 미리 감지하고 건강한 이타성으로 이끌 수 있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인 인정 욕구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나타난 건강한 도덕적, 이타적 행동은 그 이면의 동기를 이해한다고 해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면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피하기 쉬워지지 않는가. 이처럼 이타성과 공정성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교묘하게 모습을 바꾼 인정 욕구가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저자가 수년간 이타성과 공정성에 관한 연구들을 해온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합리적 이타주의는 단순히 기부나 선행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랫동안 이타적 의사결정과 신경 기제 사이의 연결고리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저자는 다양한 최신 뇌과학 연구와 사회적 사례들을 연결 짓는다. 또한 교육, 정책, 환경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바라볼 때에도 인정 욕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자기인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사춘기 이전 아이들에게 다양한 선택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테두리 안에서 인정받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나가도록 도울 수 있으며,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안정성과 유연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정책 결정이 가능해진다. 더욱 많은 이들에게 이타적 행동을 유도하여 바람직한 환경보호 운동을 실천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인정 욕구와 이타성에 대하여 깊이 이해하고 합리적인 방향을 추구할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좀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80쪽 | 16,000원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