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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 마사회…정규직은 임금인상, 비정규직은 해고



경제정책

    막가파 마사회…정규직은 임금인상, 비정규직은 해고

    평균 연봉 9500만원 정규직엔 천국 vs 90% 비정규직은 잘릴까 불안

    (사진=자료사진)

     

    "정규직 전환해 달라고 했더니 아침 조회시간에 해고를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루살이 취급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6일 정부 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한국마사회가 제주지부의 부위원장과 일반 조합원 2명을 아침 조회시간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해고 통보했다며 엄연한 부당 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경마를 통해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정규직 직원들의 평균 연봉만 9천만 원이 넘는 신의 직장 한국마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제1 국정과제로 역점을 두면서 국내 최대 공기업 가운데 하나인 한국마사회가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언제, 어떤 규모로 전환할 지 주목된다.

    ◇ 한국마사회 노조만 5개… 전 직원의 90%가 비정규직

    한국마사회는 경마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대표적인 사행산업 공기업으로 인력 운용이 매우 독특한 조직이다.

    전체 직원 8611명 가운데 정규직이 10.4%에 불과하고 나머지 89.6%는 무기계약직과 시간제경마직, 용역업체 파견 노동자 등 비정규직 직원이다.

    이렇기 때문에 노동조합도 정규직 2개와 무기계약직 1개, 시간제경마직 1개 등 한국노총 소속 4개 복수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소속의 용역노동자 조합이 있다.

    이렇다보니, 한국마사회는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제각각 운용되면서 직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다른 공기업보다도 심하다.

    ◇ 용역 파견업체 노동자…부당해고 위험 노출

    마사회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가장 취약한 직종이 경비와 환경미화 업무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 파견 노동자들이다

    1575명에 달하는 이들 파견 노동자들은 제대로 신분 보장을 받지 못해 항상 해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마사회 용역업체는 지난 3월 31일 제주경마장에서 일하던 환경미화 직원 2명에 대해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이정민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아침 조회시간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했다"며 "비인간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마사회 관계자는 이번 노동자 해고와 관련해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제주경마장의 환경미화원 35명 가운데 2명을 줄여서 33명만 용역 계약했다"며 "용역업체와 노동자의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마사회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말이 좋아 경영합리화지 이번에 잘린 사람들은 용역노조 부위원장과 평소 노조일에 적극 참여했던 일반 조합원이다"며 "보복조치나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 마사회는 정규직 천국이자 신의 직장… 평균 연봉 9503만원

    그렇다면 정말로 한국마사회는 용역직원 2명을 해고해야 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나빠진 것일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에 따르면, 지난해 마사회 매출액은 7조7897억원으로 2015년 보다 75억원 늘어났다.

    이에 반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00억원으로 2015년 2439억 원에 비해 5.7%나 감소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정규직 직원들의 연봉이 9.4%나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정규직 직원은 모두 892명으로 이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지난해 9503만원으로 2015년 8687만원 보다 무려 9.4%나 증가했다.

    가히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만하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공공기관 개혁을 주창했어도 한국마사회는 현명관 전 회장 당시 그들만의 방식대로 방만 경영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민 국장은 "당기순이익이 2300억원이 넘고 정규직 직원들에 대해 연봉을 9.4%나 인상한 마사회가 용역 노동자 2명을 해고해서 경영합리화를 하겠다고 말하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 무기계약직·시간제경마직 6144명…정규직 전환 엄두도 못내

    문제는 용역업체 파견 노동자뿐만 아니라 나머지 무기계약직과 시간제경마직 직원들도 불안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무기계약직 직원은 모두 187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봉은 정규직의 44% 수준인 4218만 원에 불과하다.

    평균 근속연수도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8.8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한국마사회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정규직에 비해 이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시간제경마직 직원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마사회에서 발권업무와 진행, 안내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 시간제경마직 직원들은 모두 5957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 5일 근무제 개념이 아닌 주 15시간 근무제 형식으로 일하는 일종의 아르바이트 직원들이다. 이렇다 보니 주로 학생과 가정주부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이들은 하는 일이 시간단위로 정해져 있다 보니,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임금 인상과 복지혜택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시간제경마직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정규직 전환이) 나라의 정책이니까 회사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방향으로 갈지 검토 중이기 때문에 (노조측에 연락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르바이트 직원 고용 말고 일반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마사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하는 등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자 서둘러 지난 23일 일자리창출 TF를 구성했다.

    마사회는 TF를 통해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일단 시간제경마직 직원들은 절반 이상이 아르바이트 학생들이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용역업체 파견 직원들은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가 공기업 정규직 전환 지침을 내려주면 거기에 맞춰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꼼수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이정민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환영하고 동의한다"며 "그러나 인천공항공사와 한국마사회가 검토하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부터 정규직 직원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말이 자회사지 비정규직과 처우가 달라질 게 없기 때문에 근로조건과 처우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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