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죽은 심장을 되살리고픈 한 남자의 위험한 도전



책/학술

    죽은 심장을 되살리고픈 한 남자의 위험한 도전

    소설 '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장편소설

     

    '데드 하트'는 미국 청년 닉 호손이 무기력한 일상과 암울한 상실감으로 점철된 삶을 바꿔보기 위해 떠난 오지 여행이 중심 스토리를 이룬다.

    이 소설의 제목인 '데드 하트 The Dead Heart'는 번역하자면 ‘죽은 심장’, ‘죽은 마음’, ‘불모의 오지’ 따위로 쓰인다. 이 소설에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황무지를 일컫기도 하지만 아무런 목적의식이나 의욕 없이 하루하루를 권태와 매너리즘에 빠져 살아가는 주인공 닉 호손의 삶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동부해안의 소도시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해 온 닉 호손은 성공이나 승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하루하루 적당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사건을 취재하러 다닌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기에 일과가 끝나면 술이나 마시고, 눈이 맞는 여자와 외로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하룻밤을 보내는 등 무기력한 생활의 연속이다.

    3년마다 한 번씩 사표를 던지고 신문사를 옮겨 다닌 닉 호손은 이번에도 비슷한 결정을 내린다. 그러다가 보스턴의 오래된 서점에서 1957년 판 오스트레일리아 로열 자동차 클럽 지도를 발견하는 순간 즉시 매료된다. 닉이 지도에 매료된 이유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긴 도로 때문이다. 닉은 그 길을 달려보고 싶다. 황무지의 중심부를 달리며 권태로 점철된 일상에서 벗어나 ‘죽은 심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다. 허구한 날 목적의식도 가치도 없는 기사나 쓰며 살아가던 닉에게 이제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은 피할 수 없는 도전이자 유혹이 된다.

    닉 호손은 다니기로 했던 새 신문사를 포기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떠난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불모의 땅 ‘데드 하트’가 닉이 선택한 여행지이다. ‘데드 하트’를 달리는 동안 닉이 발견한 생명체라고는 스피니펙스와 캥거루, 독수리가 전부이다. 문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 강렬한 태양과 붉은 흙만이 존재하는 오지의 길을 달리게 된 닉 호손은 애초의 계획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새삼 깨닫지만 이미 너무 늦는다.

    닉 호손은 과연 불모의 땅 ‘데드 하트’에서 강력한 삶의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을까? 아니, 온갖 위험을 극복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대륙을 가로지르는 길에서 만난 앤지, 그녀의 유혹에 휘말려 낯선 오지마을 ‘울라누프’로 끌려가게 된 닉 호손의 처지를 생각해볼 때 미국으로의 무사귀환은 힘들어 보인다.

    책 속으로

    내 마음을 빼앗긴 지도를 처음 발견한 곳은 보스턴에 있는 작은 서점이었다. 2월의 어느 오후, 아주 춥고도 흐린 날이었다. 그 며칠 전, 나는 메인 주에 있는 신문사에 사표를 던졌다. 지난 10년 동안 신문사에 사표를 던진 게 세 번이었고, 이번이 네 번째였다. 나는 늘 공장지역의 자그마한 신문사에서 일했다. 낡은 볼보를 타고 동부해안지역을 돌며 내가 일할 신문사를 찾아 헤맨 삶이었다. 뉴욕 주의 스키넥터디, 펜실베이니아 주의 스크랜턴, 매사추세츠 주의 우스터, 메인 주의 오거스타가 내가 머물렀던 도시였다. 지역의 작은 도시에 위치한 신문사들이 내 일터가 되어 주었다. 신문사 동료들은 내가 왜 낙후된 도시에 머무는지, 10년 동안 기자생활을 한 경력이 있는데 왜 필라델피아나 보스턴,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본문 22p

    원시적인 대자연 속에 있다 보면 사소한 근심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은 죄다 헛소리일 뿐이었다. 내 경우에는 오히려 두려움과 자기혐오가 증폭되었다.
    대자연이 내게 말했다.
    ‘넌 아무것도 아닌 존재야.’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혼자가 아니어도 되는 곳에 남아 있고 싶었다.
    쿠누누라에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남아 있기도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지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 두려움의 원천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쿠누누라에서 지나치게 오래 머물렀다는 생각뿐이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니까 어서 떠나는 거야.
    알았어, 사흘만 더 있다가 떠날게.
    사흘 더. 샤워를 아홉 번 더.
    -본문 59p

    조용히 은하수를 감상하기 시작한 지 몇 분쯤 지났을 때 앤지가 말했다.
    “며칠 뒤에 나를 버릴 생각이지?”
    “말도 안 돼.”
    마음속으로 곧장 생각했다.
    ‘내 속이 그렇게 빤히 들여다보였나?’
    앤지는 하늘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이 안 되지 않을 텐데? 당신은 분명 그럴 계획이니까.”
    “그런 말은…….”
    “줄곧 그럴 계획이었지?”
    “내 생각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함부로 재단해?”
    앤지가 나를 보더니 씁쓸한 미소를 짓고 나서 말했다.
    “당신 얼굴에 다 나와 있으니까. 당신은 처음부터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떠날 생각이었지.”
    앤지의 말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마음속으로 유죄를 인정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밤하늘에서 벌어지는 별들의 축제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앤지가 한 마디 말로 나를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개자식!”
    -본문 90p

    사람들은 힘든 노동에 더욱 큰 목적이 있는 척하며 삶을 견딘다. 노동이 그저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더욱 큰 목적이 있는 척한다. 결국 우리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일할 뿐이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초라한지 마주하지 않기 위해 일할 뿐이다. 계속 바삐 일하다 보면 우리의 삶이 절망적으로 무가치하다는 사실과 우리 스스로 빠져든 막다른 길의 깊은 수렁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에 무려 열 시간을 투자해 카브레터에 쓰이는 특별한 바늘에 신경 썼고, 베어링에 딱 필요한 만큼의 윤활유 양을 정확히 계산하는 일에 집착했다. 나는 교외 주택가에 사는 외톨이처럼 함정에 빠졌다는 생각을 모두 잊기 위해 일에 매달렸다. 일을 하느라 지친 몸이 집에서 받은 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해주는 진통제 역할을 해준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본문204p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344쪽 | 13,800원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