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31일 국내로 들어오면서 정씨의 입이 판도라 상자를 열 열쇠가 될지, 굳게 자물쇠가 채워진 상태일지 주목된다.
◇ '럭비공' 정유라, 여과 없이 입 여나
최씨 측근이었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씨를 럭비공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이 친구(정씨)는 여과 없이 얘기하거든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수준이거든요. 툭 건드리면 이 친구가 탁 어디로 튈지 몰라요"라는 게 노 전 부장 말이다.
정씨가 강제송환 직후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내밀한 관계를 털어놓고, 삼성의 승마 특혜 배경에 대해 유의미한 진술을 할 가능성이 전망되는 이유다.
삼성 승마 지원의 사실상 유일한 수혜자였던 정씨에 대해 검찰은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에 국한되지 않고 뇌물수수, 국외 재산 은닉 의혹 등에 대한 집중 조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씨가 물증을 앞에 두고도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최씨를 움직일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법정에 서서도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말했던 최씨는 딸과 손자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 이대 재판 막바지, '자물쇠' 채웠나강제송환에 불복하던 정씨가 항소 포기를 밝힌 시점을 볼 때 입을 굳게 다물 가능성도 높다.
덴마크에서 다섯 달을 버티던 정씨가 한국에 도착하는 31일은 최씨와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의 결심공판이 예정돼있다.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 의혹의 공범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정씨 관련 사건의 1심이 사실상 매듭 국면에 접어든 때다.
박영수 특검이 "어떻게든 입국시켜 수사해야 한다"며 범죄인 인도를 덴마크 검찰에 요구했던 국면과는 양상이 다른 게 엄연한 사실이다.
최씨의 변호인이 정씨에게 "일관되게 들어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언급한 것도 정씨의 입국이 수사와 재판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줄었다고 자체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씨가 검찰조사를 받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덴마크 현지에서 말한 것처럼 "어머니가 한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정씨는 덴마크 법원에서 국내 취재진에게 "박 전 대통령 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일단 정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해 1차 조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수사의 계기가 될지는 검찰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