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경험을 토대로 탄핵심판 규정을 고쳤다.
특히 대통령이 국회 측 신문은 받지 않고 최후진술만 하는 꼼수를 원칙적으로 막는 조항이 신설됐다.
30일 관보에 따르면, 헌재는 ‘피청구인에 대한 신문’ 조항을 새로 만드는 등 헌재 심판규칙 일부를 개정해 공포했다.
신설된 조항에는 탄핵심판 당사자인 피청구인 신문은 소추위원과 피청구인의 최종 의견진술보다 먼저 하도록 했다.
다만,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종 의견진술 뒤라도 신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이는 국회 측 신문은 피하면서도 대통령이 심판정에 나와 최후진술만 하는 우회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가 담긴 걸로 해석된다.
지난 2월 탄핵심판 당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 측 신문은 받지 않고 최종 의견만 진술할 수 있는지 헌재에 물은 적이 있다.
최종변론만 남겨둔 상태에서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당사자 신문은 피하면서도 여론의 반등을 노려볼 수 있는 최후진술에는 직접 출석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것이다.
헌재는 그러나 박 대통령 측 기대와 달리 국회 측 신문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연 전략을 염두에 둔 듯 최종변론 기일은 재판부가 정한다는 원칙까지 세웠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불출석했다.
헌재가 앞으로 있을지 모를 탄핵심판에서 더 이상의 논란을 막기 위해 심판규칙에 이런 원칙을 명문화한 것이다.
헌재는 동시에 재판장이 변론에 출석한 피청구인을 신문하거나 소추위원과 그 대리인 또는 피청구인 대리인에게 신문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법에는 소추위원이 탄핵심판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하고 있을 뿐, 그동안 명확한 규정은 없었다.
피청구인의 진술거부권과 이에 대한 고지도 새 심판규칙에 포함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끝까지 요구한 고영태씨를 형사사건 법정에서 만나 직접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고도 했던 헌재는 심판서류 송달을 헌재 직원이 할 수 있다는 점도 개정 규칙에 명시했다.
이밖에 탄핵심판 변론과 선고 동영상 공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관련 용어를 정비하는 내용도 개정된 심판규칙에 담겼다.
헌재는 "탄핵심판사건 처리 경험 등을 바탕으로 규정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무에 부합하도록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